[헤럴드 리뷰스타=노윤정 기자] 배우 김재원이 참 오랜만에 작품으로 돌아왔다. 드라마 ‘스캔들’ 이후 2년여만의 작품. 따지자면 그렇게 길게 쉬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그의 연기를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배우 김재원이 그리웠기 때문일까.김재원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화정’(연출 김상호, 최정규/극본 김이영)에서 반정을 통해 왕위에 올랐으며 그 자신의 아들 소현세자를 독살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조선의 제16대 왕 인조로 분했다. ‘황진이’ 이후 9년 만의 사극 출연인 데다 ‘극화된’ 실존 인물을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때문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조민기가 “육포가 돌아다는 것 같다”고 했을 정도로 살도 많이 빠질 정도로 힘들었었다. 그렇게 최선을 다했고, 50부작 드라마의 중반부에 투입되어 제법 긴 시간을 달려왔다. 차승원(광해군 역)이 극 초반부에 무게와 중심을 잡았다면, 그 바통이 후반부에는 김재원에게 넘어왔다. 보여주고 싶었던 영조의 모습이나 캐릭터에 대한 해석도 뚜렷했고, 거기에 맞춰서 지금까지와 다른 인조를 그리려고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은 남았다.“많은 인물들이 포함된 사극에서 하다 보니까 내 모습의 부족함이 많이 보였어요. 그 모습이 마치 인조 같았고. 인조에 몰입하다 보니까 나는 왜 이렇게 모자란 게 많았을까 싶고, 지금 하면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싶어요”“제 연기요? 화면에 나오는 직업만 아니었으면 내 얼굴을 때렸을 거예요. 못 보겠더라고요.(웃음) 어떤 걸 표현하는 게 과연 정답일까, 인조라는 인물을 가지고 시청자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좋은 모습일까, 그런 생각 때문에 알면 알수록 더 어려웠어요. (…) 과오에 대한 실책, 실수를 반성하는 인조의 모습도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 사람이 보낸 시간은 굉장히 길었거든요. 그걸 단편적인 부분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어요”“마무리를 하고 나니까 지난 것에 대해 후회는 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돌이킬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후회하기 보다는 앞으로 할 것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하려고요”
여름에 더운 한복을 껴입고 촬영하는 등 힘든 점도 있었지만, 김재원은 ‘화정’ 촬영장을 떠올리며 즐거웠다고 감회를 전했다. 특히 아들로 나왔던 백성현, 이민호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내 느낌에는 친구 같았어요”라며 웃어보였다. 형으로서, 또 ‘화정’ 촬영장의 선배로서 연기 흐름을 잡아주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선배로서 연기의 흐름을 잡아주기 위한 방법이 뭐가 있을까 했는데, 분위기 자체를 드라마 찍을 때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로 느껴지게 하려고 했어요. 그 친구들한테도 그래야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랬거든요. (…) 그런데, ‘이 나이에 이렇게 표현하기 쉽지 않은데’ 싶어서 연기 몇 년 했냐고 물어봤더니, 제 경력하고 별반 차이가 없는 거예요. 다들 아역 배우 출신이라서. 강빈 역할 맡은 김희정도 데뷔한지 십년이 훨씬 넘었어요.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깊이를 알고 연기를 하지?’ 싶어서 물어보면 기본이 십 몇 년이에요. 이래서 영재 교육이 필요한가 봐요”(웃음)
재치 있으면서도 거침없이 말을 이어가는 김재원의 모습을 보다 보면 ‘의외’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김재원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한 이미지는 부드러움과 젠틀함 아니던가. 하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호탕하고 쾌활했다. 때문일까. ‘화정’에서 인조 역으로 전작들과는 다르게 악역을 맡았지만, 이미지 변신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겁낼 게 뭐가 있어요.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하면 되고. 내가 못하든 잘하든 부딪혀 봐야죠. 잘하는 날도 있는 거고, 못하는 날도 있는 거고. 그런데 이것도 저것도 안 한다고 하면, 남자가 폼이 안 나잖아요”(웃음)그렇다고 부드럽고 선한 이미지, 10년 넘게 따라 붙는 ‘미소천사’ 이미지를 애써 벗으려는 생각도 없다. 김재원 자신에게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는 하나의 ‘기억’이기 때문에.“왜 자꾸 벗으라고 그래요.(웃음) 연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을 했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수식어를 왜 버려요. 왜 벗어요. 그런 시절들은 고이고이 간직했다가 내가 어려울 때 힘을 얻어야죠”“살면서 좋은 기억들만 가득 차게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우리 안에 상처로 남아있는 기억들을 안고 있는 친구들이 있을 거예요. (…) 그런데, 그 중에 좋은 순간이 1분 1초도 없을까요? 아홉수다, 암흑기다 해도 하루라도 좋은 날이 있을 것 아니에요. 그러면 안 좋은 것 다 버리고 그것만 채워 넣는 거예요. 선택은 자신이 하는 거예요. 뭐 하러 안 좋은 기억을 안고 살아요. 지워버려요, 다”(웃음)
김재원이 ‘화정’ 이전에 가졌던 2년이라는 짧지 않은 공백기. 배우에게는 ‘채워 넣는’ 시간이었고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찾는 시간이었지만, 팬들에게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연기도 다 때가 있고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라는 그의 말이 이해가 가면서도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다. 특히 김재원은 최근 작품들에서 무거운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이에 트렌디 드라마를 해볼 생각은 없느냐 물으니 요즘 감정 표현을 모르겠다며 약한 소리를 했다.“얼마 전에 TV로 젊은 친구들의 멜로 연기를 보는 데, 못하겠는 거예요. 오글거리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연애에 대한 감정표현들도 좀 더 다양해지고 변화가 됐어요. 많이 바뀐 걸 보고 큰일 났다 싶었죠. 안 그래도 올드패션 한 사람인데, 몇 달 동안 400년 전 인물로 살다 보니까 몸도 마음도 노쇠했어요. 이제 다 씻어내야죠”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김재원은 소위 말하는 ‘품절남’이다. 이미 지난 2013년 결혼식을 올리며 예쁜 가정을 꾸렸고, 3살 난 아들도 슬하에 두고 있다. 부모로서의 김재원의 모습은 잘 상상이 가질 않았는데, 아들과 산을 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며 미소 짓는 모습이 보통의 평범한 아빠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빠 김재원의 모습은 방송에서 보기 쉽지 않을 듯하다.“연기자로서 김재원이 추구하는 길과 가정 안에서 김재원이 추구하는 길의 교집합 안에 육아 예능이라는 콘텐츠는 없는 것 같아요”“유부남인 거 영원히 잊어버리세요.(웃음) 서로 다른 인격이에요”자신의 사인 코멘터리로 ‘꿈’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김재원. 그럼 배우로서 그가 꾸는 꿈은 어떤 것일지, 그의 꿈에 대해 물으며 인터뷰를 마쳤다.“내 꿈이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연기자로서의 김재원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가정 안에서 혹은 친구 안에서의 김재원이 갖는 꿈은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연기자로서는 그냥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저는 천재 중에 가장 멋있는 천재가 노력 천재인 것 같아요. 그런데 노력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고 그 결과물을 언젠가 출하를 해야 할 텐데, 올바른 콘텐츠, 만족도 높은 서비스로 출하하기 위해서는 공정 과정도 지혜롭게 해야 할 것 같아요”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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