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성장을 견인해야 할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하다. GDP 성장률은 올해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0%대를 기록하였으며, 수출도 올해 1월 이후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등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해도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총체적 난국’이며, 청년 세대를 비롯한 고용창출은 시대적 사명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투자 확대, 고용창출 등의 문제가 이슈화될 때마다 기업의 역할을 거론하면서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가 있다. 바로 사내유보금이다. 정치권이나 노동계는 기업이 수백조원의 돈을 사내에 쌓아두면서, 투자도 안하고 고용창출에도 등한시 한다며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내유보금의 본질적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명백한 오해이다.
사내유보금은 회사 설립 후 지금까지 창출한 순이익에서 세금과 배당 등을 뺀 ‘이익잉여금’에 주식 발행 등 재무활동으로 조성한 ‘자본잉여금’을 합한 장부상 숫자이다. 2015년 2분기 기준 매출 상위 3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522조원이다.
그러나 이 중 현금 및 단기 금융상품 등의 현금성 자산은 129조원으로 사내유보금의 25% 수준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복식부기(複式簿記) 회계 원칙에 따라 기계설비ㆍ공장 등 실물자산과 특허권ㆍ영업권 등 무형자산 등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사내유보금을 풀라는 것은 이미 투자한 설비와 장치를 뜯어내 매각하거나 특허권을 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3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11년 356조원에서 2015년 2분기 522조원으로 166조원 늘어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아서 사내유보금이 늘어났다”고 주장하는데, 이 또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내유보금은 투자액의 증가나 감소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경영활동의 성과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통신업계 A사는 2012년 네트워크 고도화에 2조9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는데, 당해 이익잉여금은 6000억원 가량 늘어났다. 반면 철강업계 B사는 2014년 투자 지출이 전년에 비해 3조4000억원 가량 감소했으며, 이익잉여금도 12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즉 투자 규모를 늘렸는데도 사내유보금은 증가할 수 있는 반면, 투자 지출과 사내유보금이 동시에 감소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올해 6월 기준 3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129조원)은 2015년 정부 예산(375조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규모가 커 보인다. 그러나 현금성 자산은 급여, 수입대금 결제, 원자재 구입 등을 위한 상시 운전자금이며,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금이기 때문에 현재의 자금 규모가 결코 많다고 볼 수 없다. 특히 2014년 기준으로 우리 기업과 글로벌 경쟁사의 현금성 자산 규모를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59조원)가 애플(171조원)의 3분의 1 수준이며, 현대차(11조원)가 도요타(47조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내유보금의 본질을 오해하여 기업에게 투자 확대와 고용창출을 강요한다면 기업의 재무적 리스크를 크게 높여 대내외적 불안요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요즘처럼 저금리 시대에 자금이 부족하여 투자를 못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기업의 투자는 사내유보금의 규모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 국민 인식 등의 투자 환경이 경영활동에 얼마나 우호적인가에 달려 있다. 사내유보금을 억지로 투자지출에 활용하라는 비상식적인 논리가 만연하는 오늘날의 세태는 지금의 투자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반증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86세 사미자, “단어 잘 안 떠올라” 치매 일까?…치매와 건망증 차이는 [그들의 건강美학]](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8/news-p.v1.20260908.d06bc010b97e4720abe8ba08bd68428e_T1.jpg?type=h&h=240)
![‘중위소득 70%’에 발목 잡힌 기초연금 개편…소득 보장 실효성 낮고 재정부담 가중[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67992ac2e89a4eddbffab50b901154f7_T1.jpg?type=h&h=240)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