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2004년부터 패밀리룩
자동차 엔진의 열을 식히기 위해 그릴 디자인이 처음 나온 시기는 1903년으로 전해진다. 당시 그릴의 모습은 통으로 된 형태의 아치 모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주행 성능이 중요시되면서 아치 그릴은 엔진 가속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그래서 나온 것이 지금 많이 쓰이는 분할(split)된 형태의 그릴 디자인이다. 효시는 1923년 이탈리아 자동차 기업 알파로메오의 스포츠카 ‘RL’<사진>이다. 알파로메오는 레이싱 능력을 높이기 위해 분할 그릴을 적용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자동차 그릴 디자인은 엔진의 열을 식히는 기술적 기능 위주로 제작됐다. 그러다 자동차 제작사들이 그릴 디자인에 미적 요소를 가미하기 시작한 시기는 1930~1940년대부터다. 자동차 기업들이 그릴 전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를 이 때부터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뷰익이나 쉐보레는 종 모양의 그릴을 선보였고, 캐딜락과 포드는 십자가 모양의 그릴을 디자인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그릴 디자인은 또 한 번 격변기를 맞았는데 이전 길쭉하고 좁게 나왔던 그릴은 이후 짧아지고, 넓은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
1960년대 이후 대륙별로 그릴 디자인이 갈렸다. 유럽에서는 스포츠카 붐이 일며 화려하고 세련된 그릴 디자인이 유행했고, 미국에서는 남성적인 머슬카가 인기를 끌며 강한 인상의 직사각형 그릴이 대세가 됐다.
자동차 기업들이 그릴 디자인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다. 아우디의 패밀리룩으로 자리잡은 사디리꼴 형태의 육각형 싱글프레임은 불과 10년 전인 2004년에 발표됐다.
현대ㆍ기아차의 패밀리룩이 정립된 기점 역시 2004년으로 볼 수 있다. 연구개발본부의 디자인부분이 현대디자인연구소와 기아디자인연구소로 분리되면서 브랜드 디자인 분리 역시 이 시기 시작됐다.
대표적인 장수 그릴 디자인은 BMW의 상징이 된 키드니 그릴이다. 이 디자인은 1931년 일(Ihle) 형제에 의해 2인승 로드스터에 최초로 도입됐다. 본격적으로는 1933년 베를린 모터쇼에서 신형 303시리즈에 부착됐다. 1950년대 키드니 그릴이 빠진 적이 있었지만, 당시 BMW사의 대주주였던 헤르베르트 콴트가 키드니 그릴을 계속 가져가겠다고 재천명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정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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