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화된 대형범죄에 신속하게 대처할 필요성”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금융사기로 꼽히는 ‘조희팔 사건’에 대해 검ㆍ경이 재수사에 들어갔지만 “2012년 부실수사를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는 외려 높아지고 있다. 당시 현직 부장검사부터 경찰관, 교도관까지 조희팔 측으로부터 줄줄이 뇌물을 받았고 수사에 적지 않은 혼선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이 본격화하면서 미국 연방수사국(FBI) 형태와 유사한 ‘한국형 FBI’ 도입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11일 법무연수원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한국형 FBI 도입 논의는 상당기간 전부터 이어져왔다.
한국은 미국과 같은 연방국가 체제가 아니다. 하지만 일반 형사사건 중 기존 조직과 인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광범위한 관할의 대형사건이나,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주요 사건을 맡아서 처리하는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는 게 주요 골자다.
미국 FBI는 지난 1908년 미 법무부 검찰국에서 출범했다. 지방자치제가 고도로 발달한 미국의 경찰은 주에 따라 각각 서로 다른 수사권을 가지고 있고, 어떤 주에 소속된 경찰이 다른 주의 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 연방과 주 사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연방차원의 규모가 큰 범죄를 전담하는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FBI를 비롯한 다수의 연방범죄 수사기관이 창설됐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하는 일원적인 경찰 제도를 가지고 있다. 경찰서마다 각 관할이 나뉘어져 자신이 소속된 곳에서 수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경우에 따라 다른 관할에 가서 수사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조희팔 사건처럼 검ㆍ경 수사제도의 허점을 범죄자들이 역이용하거나, 관할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효율적인 대처가 미흡했던 대형사건도 그동안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이 사실이다.
연구논문을 작성한 허준 검사는 “대형 경제비리 사건뿐 아니라, 정ㆍ관계 비리 사건, 대테러 사건 등 막대한 조사 인력과 시설이 필요한 사건들을 전담해 처리할 수사기관의 창설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현재로서는 더욱 그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검사는 “한국형 FBI 도입은 자치경찰제 도입이 전제될 때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최첨단 시설ㆍ전문적인 조력원 등을 통해 사건 해결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국형 FBI 제도는 2012년 7월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에 의해 추진된 바 있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검찰과 경찰의 합동수사기관인 ‘국가수사국’(가칭)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어진 18대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정책 동력을 상실하고 사실상 무산되기도 했다.
한편 한국형 FBI 도입 논의가 다시금 본격화할 경우 조직의 관할 문제를 놓고 검ㆍ경 사이에 적지 않은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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