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점진적 개혁 안맞아…대외경제정책硏 세미나서 전망

북한이 중국과 같은 점진적 개혁보다는 옛 소련과 같이 급격한 체제전환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북한의 시장경제 도입과 개혁개방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교역중심의 협력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대규모의 인프라 투자협력, 특히 접경지역에 위치한 경제개발구에 대한 투자협력과 금융개혁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러한 주장은 28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로 서울 중구 그랜드엠버서더호텔에서 열린 ‘북한 개혁개방 촉진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 세미나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중국ㆍ일본ㆍ러시아 등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망과 견해를 밝혔다. ▶관련기사 6면 이날 비탈리 슈비드코 러시아과학원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오늘날의 북한과 옛 소련에서 4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며 북한이 중국식의 점진적 개혁보다 옛 소련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수산업의 압도적인 비중 ▷상대적으로 낮은 농업비중 ▷민간 비즈니스에 대한 당국의 강한 혐오 ▷정치적 변화 거부 등을 그 공통점으로 제시했다.

그는 중국의 경우 농촌인구가 대다수여서 지역별 소규모 개혁으로 생산성과 삶의 질 향상이 가능했지만, 북한은 옛 소련처럼 공업화 비중과 군수공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전국적인 대규모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생산계획과 실행의 불일치 확대, 지하경제의 성장, 소비자 집단의 형성, 부분적 대외개방 등 과거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이후 소련에서 나타난 변화들이 지난 10년 간 북한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북한에서 체제전환이 시작된다면 그 과정은 1987~1993년의 소련과 유사할 것이라고 슈비드코 연구위원은 전망했다.

과거 시장경제 전환 이후 러시아는 통화팽창 정책으로 인한 초인플레이션과 민간저축의 상실, 통화가치 급락 등 엄청난 사회경제적 혼란을 겪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찐저(金哲) 중국 랴오닝사회과학원(CASS) 동북아연구소장은 현재의 북ㆍ중 경제협력은 ‘생존형 교역’에 불과하다며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기 위해선 경제개발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