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좌파 바람의 원천인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사회주의 집권당이 패배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좌파 집권당이 다수당 지위를 빼앗긴 것은 1998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이후 17년 만이다. 참패의 직접적 원인은 저유가에 따른 경제난이다. 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막대한 오일 머니를 밑천으로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파격적인 복지정책을 폈으나 유가 폭락으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았다. 전체 수출의 95%를 차지하는 원유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46달러 수준으로 반 토막이 난 상황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1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남미 대륙은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12년 만에 우파 후보가 승리한 데 이어 좌파인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도 탄핵 위기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베네수엘라까지 흔들리면서 좌파가 압도적 다수(12개국 중 10개국)인 지형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남미 좌파의 몰락은 결국 ‘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유권자에게 외면받는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최근 회고록 신문 연재를 마친 JP(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민주주의는 피가 아닌 빵을 먹고 자란다”고 일갈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ㆍ야 할 것 없이 우리 정치권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지만 이 시점에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곳은 제1야당과 진보진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유능한 경제 정당’으로 외연을 넓히겠다고 했지만 행동은 거꾸로 가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대기업의 신규채용 여력을 높여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데도 들은체 만체다. 그러니 ‘귀족노조’ 기득권을 지켜주는 당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파견근로 허용 범위를 확대하면 용접, 금형 등 뿌리산업에서 최대 1만3000개의 중장년층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는데도 비정규직을 더 양산할 뿐 이라며 반대한다. 내수의 볼륨을 키울 수 있는데다 신규 일자리 69만개 창출이 가능(KDI측 전망)하다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의 자발적ㆍ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도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2015년 겨울이 외환위기 직전의 1996년 겨울과 많이 닮아있다는 불길한 진단을 하고 있다. 당시에도 YS(고 김영삼 대통령)의 노동개혁을 노동계가 총파업으로 막아섰고 대선을 앞둔 제1야당도 한통속이었다. 수출 감소세와 엔저공습으로 기업 수익성이 추락하고 있는 것도 판박이다. 새정치연합이 과거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은 보나마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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