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서 가장 먼저 줄이는 게, 의류구입비용이다. 거꾸로 의류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소비가 완연히 회복되고 있다는 가늠자로 여겨진다.
25일 여신금융연구소가 발표한 10월 카드사용실적을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소비자들이 체크카드를 많이 쓴 상위 업종에 기성복이 10위에 랭크된 것이다. 기성복에 대한 체크카드 승인금액은 2100억원으로 8위인 백화점(3200억원)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기성복은 과거에도 체크카드를 많이 쓴 10위권 업종에 포함된 적이 있다. 하지만 올들어 ‘메르스 쇼크’ 등으로 기성복은 체크카드 사용 상위업종에서 자취를 감췄다. 블랙프라이데이 영향이 있기는 하지만 소비자들이 의류구매에 본격적으로 나설 정도로 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역시 소비가 회복되고 있는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11월의 소비자심리지수는 106으로 10월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9월(107)이후 14개월만에 최고치다.소비자심리지수는 ‘메르스 쇼크’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지난 6월에는 99까지 떨어졌다. 이후 7월에 기준선인 100을 회복했고, 8월에는 102, 9월에는 103, 10월에는 105, 11월엔 106으로 5개월째 올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전국 2200가구를 대상으로 현재 생활형편과 경기전망 등에 대해 어떻게 느끼지는 나타내는 지표다. 기준선(2003∼2014년 장기평균치)인 100을 넘으면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낙관적이란 것을 뜻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현재와 비교해 6개월뒤 소비지출전망은 110으로 전월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7월 105를 기록한 뒤 8월 106, 9월 107, 10월 108, 11월 110으로 4개월 연속 상승커브다. 6개월뒤 가계수입전망 역시 102로 전월대비 1포인트 상승하며 2개월째 올랐다. 생활형편 전망지수도 6월 96에서 10월에는 기준선인 100으로 올라섰고, 11월에도 100을 유지했다.
카드사용실적을 봐도 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징후가 뚜렷하다. 10월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55조68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대비 13.1% 상승했다.
소비심리가 꿈틀대고 일부 소비가 회복되는 분위기지만 소비가 확연히 살아났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최근 소비회복은 개별소비세 인하나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정부주도의 내수살리기에 따른 ‘반짝 효과’란 지적이 만만치 않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3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2인 이상 가구의 3분기 평균소비성향(소득대비 소비비중)은 71.5%로 전년동기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통계가 작성된 2003년이후 3분기 기준으로 최저수준이고 역대 소비성향이 가장 낮았던 작년 4분기와 같은 수치다. 개별소비세 인하효과 등이 사라지면 내년에 ‘소비절벽’이 올 것이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재고 의류를 방출하면서 매출이 늘었을 것이다.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염두에 두고 의류 구입 때 체크카드를 많이 썼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번 의류 매출 증가로 소비가 크게 회복됐다고 보기는 아직은 힘들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은의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5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인식이 여전히 크다.
소비자심리지수의 항목 가운데 가계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지수는 전반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6개월 전과 비교해 현 경기 수준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지수는 79로 10월(81)보다 2포인트 내려갔고, 향후경기전망지수도 89로 10월(91)보다 2포인트 낮았다.
이에 대해 한 업계 인사는 “정부의 소비활성화 정책으로 소비가 개선된 모습을 보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3분기 가구당 월평균소득이나 가계지출이 모두 하락하는 등 가계의 소비체력이 여전히 취약하다”며 “가계부채 부담 등이 향후 소비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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