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미국서 공부할 때 일이다. 언론자유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근간(根幹)이지만 이를 신장, 확충하는 방법이 무엇인지가 ‘언론과 철학’이라는 세미나의 주제였다. 그때 제기된 문제는 언론자유를 어떻게 양화(量化)할 것인지였고 여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었다.
이 문제는 PICA(political independence & critical ability) 지표를 만드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언론이 정치적으로 얼마나 독립되어 있고 권력층을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점수화하여 언론자유의 성숙도를 알아보자는 것이었다. 정치적인 독립이나 비판의 능력은 30여개 항목으로 세분화하여 세계 120여 나라를 지수화 했었다.
정치적인 독립을 세목화하는 과정에 문제가 되었던 것이 언론이 정부로부터 재정적 보조를 받는지 여부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는 신문이 정부보조금을 받고 있음에도 언론자유가 보장된 나라로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는 받지만 언론자유가 보장되고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생겼다.
그때 동원된 것이 자유를 적극적인 면과 소극적인 쪽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일이었다. 소극적인 자유(freedom from)는 억압이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고 적극적인(freedom for) 것은 어떤 것을 위한, 아니면 어떤 것을 향한 자유이다. 정부의 통제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은 소극적인 자유에 속하고 사회 공동체나 언론 본래 역할이나 임무에 충실하려는 노력은 적극적인 자유에 속한다.
억압, 통제 그리고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언론자유를 누리기 위한 기본이기 때문에 더 자세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적극적인 자유는 국민들의 소통권 확대와 시청자 복지확충을 과녁으로 삼는다. 알권리, 접근권, 다양성 보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 북유럽 3개국이 미디어에 정부 보조금을 주는 이유는 메시지의 다양성과 미디어 접근권이 다른 공공복지만큼 중요하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언론, 특히 신문 업계는 보조금을 달라고 정부에 애타게 요구하고 있다. 방송이나 통신은 우회적으로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지만 신문은 그야말로 면피 수준이다.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신문이다. 구독자는 줄어들고 광고는 떨어져 나가고...진퇴양난이다.
신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존만을 위해 정부에 보조금을 요청하는 것은 처량해 보인다. 오히려 메시지의 다양성이나 다원성, 시청자 복지의 확충, 건전한 사회 담론의 조성과 확산, 그리고 국민 참여의 폭을 넓히는 등 신문 본연의 임무를 맡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이를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 세우는 것이 당당하다. 적극적인 언론자유 개념을 적극적으로 현실에 적용하는 방법과 논리를 찾아야 할 때이다. 헤겔의 말처럼 아침기도를 대신해 삶의 방향과 일상생활의 지혜를 주었던 신문이 아니던가! 알량한 보조금을 얻기 위해 뛰어다니는 관련단체의 모습이 안쓰럽기 보이기 때문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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