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작품만에 흥행감독으로 존재감 웹툰서 느낀 대중들의 분노 담아 ‘시나리오의 힘’이초호화 캐스팅 비결 중견배우들 노출연기 응해줘 감사

영화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의 눈빛엔 여유가 넘쳤다. 여유라기보다 세 작품만에 흥행대박을 터트린 감독의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같기도 했다. 비로소 자기확신을 갖게 된 감독의 뿌듯함이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우 감독은 ‘내부자들’의 흥행에 대해 “700만 관객까지는 생각을 못했다”고 했다. 그는 또 앞으로 얼마나 더 흥행기록을 갈아치울 지에 대해 “지금도 충분하다. 700만이면 너무 행복하다”고 밝혔다. 손사래를 치면서도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내부자들’은 한국을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다.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가운데 최다 관객을 기록한 ‘타짜’(684만명)를 넘어섰다. 지난 29일까지 699만9771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우 감독의 시작은 미약했다. 전작 ‘파괴된 사나이’와 ‘간첩’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며 쓴맛을 봤던 그다. 우 감독은 “이번에 안 되면 영화판을 떠나야 한다는 각오로 ‘배수의 진’을 쳤다”면서도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돼서 천만다행”이라고 겸양을 보였다.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등 초호화 캐스팅 비결에 대해서는 “시나리오의 힘”이라고 했다. 그는 “뛰어난 원작이 바탕이 돼서 좋은 시나리오가 나왔다”며 원작을 추켜세웠다. ‘내부자들’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 미완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하지만 “원작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고 그는 소회를 밝혔다. 다만 “만약 원작이 ‘미생’이나 ‘이끼’처럼 유명한 작품이라면 부담이 됐을 것”이라면서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이라 되레 창작하는데 자유로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작 자체가 사회고발적 성격이 강한 만큼 영화적으로 차별화를 두는 게 과제였다. 우 감독은 “캐스팅도 영화적인 배우들을 캐스팅하려했다”고 했다. “캐스팅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다. 익숙한 이야기가 대중들에게 힘 있게 다가서려면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했다.” 우 감독은 직접 단연들까지 캐스팅을 꼼꼼히 챙겼다.

결국 배우들은 감독의 선택에 보답했다. 특히 그가 조승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조승우는 학벌도 인맥도 없는 우장훈 검사 역을 맡았다. 우 감독은 “조승우란 배우가 연기하면 우장훈이란 캐릭터가 설득력이 있다”며 “조승우에게는 ‘정의’라는 말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 있다”고 했다.

극중 안상구(이병헌 분)가 불러 화제가 된 노래, 이은하의 ‘봄비’는 자신의 선곡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노래만의 ‘간지(분위기)’가 있다”면서 “‘봄비 속에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오네’라는 가사가 영화랑 맞아 떨어지는 게 있다. 이병헌이 맛깔나게 소화를 해냈다”고 했다.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치는 영화지만 이병헌은 능청스러운 연기로 영화 곳곳에 숨 쉴 틈을 만들어놓았다.

영화 속 성접대 장면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했다. 백윤식, 이경영 등 원로급 중견배우들의 노출연기는 쉽지 않은 선택.

우 감독은 직접 웹툰 장면을 배우들에게 보여주며 설득에 나섰다. 우 감독은 “다행스럽게도 배우들이 그 순간 어떤 사명감이 있었다”고 했다. “이 웹툰을 보고 대중들이 느꼈던 분노를 영화를 통해서 느끼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 수치심이 거세된 그들처럼 장면을 찍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우 감독은 전했다. 성접대 장면은 재계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이 결탁한 권력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낸다.

우 감독은 ‘내부자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은 비결에 대해 “올해 흥행한 ‘베테랑’도 ‘암살’도 ‘내부자들’도 대중의 분노를 건드려주는 지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베테랑’과 ‘암살’은 부정한 세력에 대한 단죄란 점에서 ‘내부자들’과 맞닿아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운 정의다.

우 감독은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을 던졌다. 그는 “권력을 최전방에서 감시해야 하는 것은 언론의 몫”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언론인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세 번째 작품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우 감독은 “영화란 제 인생의 전부가 아닌 한 부분”이라고 했다.

“한때 영화를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니 남들에게 상처를 주고 나도 상처 받게 되더라. 내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니 대중들도 보이고 친구들도 남고 나도 덜 고통스럽다.” 그는 덜어냄으로써 영화를 얻은 셈이다.

김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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