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원유가…12년來 최저

“40달러가 바닥이라구요?”

지난해 6월 국제 유가가 40달러선으로 급락하자 각 증권사들에선 ‘지금이 바닥’이라며 투자를 권유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해도 200달러까지 오른다던 유가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으니 ‘이젠 오를 때’란 설명과 함께다.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태어난 회사원 A씨(34세)가 믿었던 것도 막연한 ‘기름’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는 지난해 7월 만기가 된 적금 3000만원을 원유 펀드에다 넣었다. A씨는 “수익률이 -32%에요. 1000만원이 날아갔습니다. 그 돈이면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됐네요”라고 말했다.

‘바닥’이란 얘기를 믿고 원자재 펀드에 돈을 꽂아넣었던 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1년 원유 선물 등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까지 투자 원금이 까였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70센트(2.1%) 떨어진 배럴당 33.27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는 2004년 2월 이후 최저치다.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장중 한때 32.10달러까지 주저앉았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는 43센트(1.3%) 내린 배럴당 33.8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도 장중 한때 32.16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2004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국제유가는 최근의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에도 공급 과잉 우려, 중국경제의 부진 우려 등의 요인이 겹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아울러 중국 위안화 추가 절하 가능성 때문에 뉴욕증시 등이 크게 떨어진 것도 유가에는 악재가 됐다.

국제유가가 연일 추락하면서 원자재 펀드나 DLS(파생결합증권)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특히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 팔수 있는 원유관련 ETF는 원유가 하락에 ‘롤오버 비용’까지 투자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들의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롤오버 비용이란 원유의 특성상 보관 비용이 별도로 발생하는데, 이 비용이 투자금에서 깎이는 구조다. 예컨대 원유가격이 10달러에서 20달러가 되더라도, ETF 가격은 100원에서 200원이 되는 것이 아니고 원유 보관비용을 뺀 180원쯤이 된다는 얘기다.

원유 뿐만이 아니다. 원자재 관련 모든 펀드는 수익률(1년 기준)이 마이너스 상태다.

8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최고 수익률을 내고 있는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천연자원증권투자신탁은 1년 수익률이 -8.11%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본격화 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전직하하자, 마이너스 8% 펀드가 최고 수익률로 기록된 것이다. 나머지 모든 원자재 펀드 수익률은 모두 -8%보다 더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원유가격이 떨어질 때 오르는 ‘원유 인버스 상품’은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타이거원유인버스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은 6개월 수익률이 57.03%를 기록중이다. 6개월전 유가 하락에 베팅했다면 고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얘기다.

홍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