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이후 갑자기 든 소회로서 우리 산업이 중국과 미국의 거대한 힘 사이에 낀 ‘신신(新新)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게 된다. 우리 산업의 미래는 항상 두 가지 관점에서 보게 된다.
첫째는 지금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주력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 둘째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내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 자리를 잡은 주력산업들 즉, 자동차, 조선, 기계, 철강, 석유화학, 정유, 섬유, 그리고 IT 산업들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기기, 가전) 이르기까지의 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발휘하면서 명실공히 ‘산업강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런 와중에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새까만 후배 같던 중국산업이 어느덧 턱밑까지 다가와 2000년대 말에는 거의 모든 주력산업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을 뛰어넘는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존재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때 유행한 용어가 우리 산업이 일본과 중국에 낀 형국이라는 ‘넛크랫커론’ ‘샌드위치론’ 등이었다. 최근 몇년간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일본산업의 경쟁력 회복이 진행되는 가운데 작년부터 갑자기 위안화조차 빠르게 절하되기 시작하자 우리나라 주력산업들이 다시 일본과 중국의 경쟁력에 끼어버린 신세가 될 것이라는 ‘新샌드위치론’이 대두되고, 마침 불어닥친 세계경제 침체의 여파로 주력산업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안은 역시 신산업들을 속속 탄생시키는 일일 것이다. 이들 신산업들을 만들어내는 구조는 전 세계를 시장으로 보는 눈, 전 세계의 브레인들을 끌어들이는 흡인성, 그리고 일찍이 IT 분야의 신세계를 연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자이언트들이 세상에 펼치는 개방형 플랫폼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세계 어느 곳도 흉내 내기 어려운 신산업 탄생의 요람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산업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일본과 중국이라는 경쟁자들과의 싸움터 즉 ‘新샌드위치론’의 전쟁터는 신산업 창출이라는 탈출구가 보이는 싸움이었는데 주력산업에서의 중국의 추격 그리고 신산업 분야에서의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힘 사이에 끼어 버린 ‘新新샌드위치론’의 경우에는 더욱 힘든 싸움터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주력산업의 싸움터에서 보면, 중국이 가진 막대한 시장, 거기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규모의 경제 효과 나아가 미국, 일본, 유럽 등에 보내 양성한 막강한 기술인재들 등을 생각해 보면 머지않아 중국과의 싸움에서 정면대결은 힘들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주력산업들이 살아남을 길은 더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내는 빠른 변신의 방법을 강구하고 독일산업처럼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공장’을 만들어가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싸움터에서는 어떤 길이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추진해 온 기술개발을 통한 신산업 창출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가진 다른 분야에서의 탤런트 즉, 문화, 예술 분야에서의 뛰어난 재주, 그리고 아직 개척하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 분야와 지금 잘하고 있는 주력산업들의 제조기술이 결합한다면 어쩌면 실리콘밸리에서 창출하지 못하는 새로운 산업들이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향후 우리 경제 생존의 미래를 걸고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 ‘新新샌드위치론’의 전쟁터에서 우리 산업이 이겨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그리고 정치인들까지 모두 힘을 합쳐줄 것을 기대해 본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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