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서프라이즈의 김태희!”
‘무한도전’(MBC)의 힘은 셌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촬영현장에서 나온 유재석의 한 마디에 요즘 김하영은 어딜가나 이렇게 불린다. “아…이거 금지어인데 어쩌죠.” 어디서 많이 봤던 익숙한 얼굴, 나른한 일요일을 깨우는 이 프로그램의 간판 연기자 김하영이 한파가 들이닥친 최근 서울 용산 헤럴드경제 사옥을 찾았다.
“많이 알아보시죠?” 툭 던졌더니 에피소드가 줄줄이 나온다. 개그맨 윤형빈과 MC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부산MBC ‘어부의 만찬’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었다. “어? 윤형빈이랑 ‘서프라이즈 전지현’ 아니야?” 쑥덕이는 소리가 쉴새없이 들렸다고 한다.
“너 언제 전지현 됐냐?”(윤형빈), “아, 그러게. 나 김태흰데.” (웃음)
“‘서프라이즈’ 여자분? 그렇게 불러주시던 분들이 이젠 이름을 말해주세요. ‘서프라이즈의 김태희’ 김하영이라고요. ‘무한도전’은 제 이름을 알려준 고마운 프로그램이에요.”
‘마니아’를 자처하는 정형돈처럼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가진 전 국민의 프로그램. “초등학교 때부터 봤는데 지금 직장인이 됐다”는 팬들의 증언도 끝이 없다.
김하영은 2004년 7월, 20대에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해 올해로 12년째 ‘서프라이즈’를 함께 하고 있다. “‘불금’ 없이 지내온게 벌써 몇 년째더라. 금요일마다 촬영이 있거든요. ‘서프라이즈’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제작비 때문에 뭣 때문에 없어진다, 없어진다 했는데 벌써 12년이나 했네요. 저, ‘서프라이즈’에서 시집 보내줘야하는 거 아닌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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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는 현재 ‘시크릿’, ‘언빌리버블’, ‘익스트림’ 코너를 통해 총 5개의 이야기로 시청자와 만난다. 12~15분 분량으로 꾸며진 누군가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김하영을 비롯한 친숙한 배우들을 통해 전달된다. 김하영은 매주 새로운 사람의 삶을 살고, 그 삶을 시청자에게 충실히 보여준다. “12년 동안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었다는게 정말 영광이에요. 어느 배우가 그럴 수 있을까요. 역사적인 인물들의 삶을 한 번씩은 다 살아본 거잖아요. 특별한 혜택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혜택과는 달리 ‘서프라이즈’의 촬영현장은 고되고 분주하다. 다른 드라마나 영화처럼 배우에게 충분히 몰입할 시간을 허락치 않는다.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부족한 제작비를 쪼개 현장이 돌아간다. 14년 장수 프로그램인 탓에 ‘겹치지 않는’ 새로운 아이템 발굴에 총력을 다하는 제작진이 밑바탕을 다지면, 배우들은 촬영 전날이 돼서야 대본을 받아든다. 의상과 메이크업도 스스로 준비한다. “시대극 빼고는 연기자들이 직접 준비해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대한 싸고 예쁜 걸로 구입하죠.”
각자 촬영현장으로 직접 운전해 달려가면, 아침부터 정신없이 일정이 짜인다. ‘서프라이즈’는 제작비 절감을 위해 최대한 한 곳에서 많은 촬영을 진행한다. 중국어, 일어 등을 대사로 전달해야 할 때엔, 현장에 함께 한 전담 선생님을 통해 속성 과외를 받는다. 스파르타가 따로 없다. NG도 금물, 속사포로 진행되는 촬영은 오로지 ‘연기자’ 스스로의 몫이다.
“가끔 연기가 과장됐다는 반응을 볼 때가 있어요. 12분 동안 한 사람의 인생, 희노애락의 전 과정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표현력이 훨씬 더 강해야 한다는 점이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르죠. 여태까지 재밌고 즐거웠는데, 갑자기 오열을 해요. 긴 호흡을 가지고 연기하는 분들이 부럽다고 생각될 때도 있어요. 저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 충분히 시간이 주어진다면 저런 감정이 끌어오르겠지, 한 작품을 오래 찍으면 감정의 표현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할 때도 있죠. 짧은 시간 안에 각자의 캐릭터를 전부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그 때 그 순간에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후회가 되거든요. ”
김하영은 사실 연기자 세계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영화를 전공한 아버지, 연극을 전공한 어머니로부터 “애매하게 연기자의 피를 물려받았다”고 말하며 웃는다. 어린시절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계원예고에 입학했다. 김하영의 예고 동기가 배우 조승우다. “고등학교 졸업 후엔 상명대 영화학과를 다니다 말았다”고 한다.
배우를 꿈 꿨고, 연기자 공채시험도 두 세 번 봤지만, 매번 3차의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난 아닌가 보다 싶었죠.” 잡지모델로 활동하며 지내던 중 성우 공부를 하게 됐다. 김하영의 어머니도, 외삼촌도 성우로 활동했다. “가늘고 앳된 목소리를 가졌기에 성우로서의 장점도 있었고, 성우활동을 통해 연기가 늘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도전했다. “또 3차였어요. 다른 목소리는 다 괜찮은데, 안젤리나 졸리 화면을 보면서 섹시한 신음소리를 내야했는데, 그게 정말 안되더라고요.”
그 무렵 ‘서프라이즈’를 만났다. MBC 성우였던 외삼촌(변종필 분)의 권유였다. “나중에 이미지가 굳을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생각해보라”고 했지만, 김하영에겐 아무런 편견이 없었다. 그 역시 ‘서프라이즈’의 광팬이었다. “‘진실 혹은 거짓’ 시절, MC를 맡았던 김원희씨가 눈물 흘릴 때 같이 울면서 봤다”고 한다.
그렇게 12년이었다. “추위가 쥐약인 탓에” 겨울마다 슬럼프를 맞았다. “석고상 마냥” 이미지가 굳어졌고, ‘재연배우’라는 꼬리표도 따라왔다. 김하영에겐 그럼에도 그 어떤 시선도 감사하다. ‘서프라이즈’는 그에게 “가장 예쁘고 좋은 시절을 함께 한, 청춘을 다 바친” 가족같은 프로그램이다.
“많은 분들이 ‘서프라이즈’에서 무슨 연기를 하냐고 말씀하시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서프라이즈’가 제겐 많은 기회를 줬고,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계속 연기를 할 수 있게 됐어요. 사실 재연배우라는 말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그렇게 부르신대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요. 제 자신이 연기자라고 생각하고 사니까, 재연배우라고 보신다 하더라도 제가 연기자니까요.”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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