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케이블 채널 tvN 월화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 6%대. 캐스팅, 스토리까지 일일이 관여하려 들던 극성맞은 원작 마니아 ‘치어머니’(치즈인더트랩+시어머니)들의 마음까지 돌린 드라마.

요즘 여성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 속 두 남자 때문에 인생 최대 고민에 빠졌다. 유정 선배냐, 백인호냐. 박해진의 유정이 원작 속 캐릭터를 빼다박은 비주얼에 섬세한 감정표현이 더해져 명실상부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로 불릴 만큼 화제지만, 서강준의 백인호도 만만치 않다.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서강준은 ‘의외의 발견’이다. ‘상처입은 방랑자’ 백인호의 옷을 입고 서강준은 배우로서 완전히 새로운 매력을 시청자 앞에 꺼내놓는 계기가 됐다.

“내가 백인호라면 어떻게 할까, 난 백인호처럼 화가 난다고 백미러를 차본 경험도 없고, 버럭 소리를 지른 적도 없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수능 공부하는 것처럼 공부하듯이 상상했어요.”

지난 22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호프집에서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만난 서강준의 이야기다.

서강준은 사실, 데뷔 후 짧게나마 ‘대세 연하남’으로 불렸다. 11세 연상의 이민정과 MBC ‘앙큼한 돌싱녀’를, 띠동갑 홍수현과 SBS 예능 프로그램 ‘룸메이트’를 촬영하며 붙은 수사였다.

지난해 MBC ‘화정’으로 쉽지 않은 도전을 한 뒤 만난 ‘치즈 인 더 트랩’은 그간 서강준을 따라다닌 연하남 꼬리표를 떼낸 드라마가 됐다. ‘백마 탄 왕자’는 아니지만, 진흙탕을 굴러가며 같이 싸워줄 든든한 연상남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백인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서강준도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그는 “웹툰 속 백인호는 굉장히 명확한 캐릭터”라며 “이미지와 뉘앙스를 그대로 표현하기엔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강준에게도 24년 인생이 있잖아요. 제 안에 있는 것을 꺼내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서강준이 몇 편의 드라마를 만난 뒤 한 걸음 더 성장한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해 50부작 드라마 ‘화정’을 통해 만났던 선배 차승원의 조언이 많은 역할을 했다.

“‘화정’ 때 차승원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주원 안에 서강준이 없다. 주원은 있는데 서강준이 없어 매력적이지 않다’고요. 무슨 캐릭터를 맡든 그 안에 서강준이 있어야 한다고, 내가 표현하는 거니까 제 안에 있는 걸 봐야한다고 하셨죠.” 이 드라마에서 서강준은 비극적인 사랑에 빠진 명문가 집안의 장자 홍주원 역할을 맡았다.

2013년 데뷔, 당시 3년차 연기자가 된 서강준에게 선배 배우의 이야기는 자신이 가야할 연기의 길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서강준은 “지금까지 맡은 작품을 잘 표현해야 하는 욕심이 있었다. 스스로 규정해왔던 연기, 연기의 방향성이 있었는데, 선배의 그 말씀이 연기관을 바꾼 계기가 됐다”고 한다.

데뷔 당시부터 주목할 만한 얼굴이었으나, 서강준에게 ‘화정’은 꽤나 아픈 작품이었다.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악플도 감당해야 했다. “연기는 스스로에게 직업 이상의 꿈이었는데, 욕심도 의지도 큰 상태에서 질타를 받으니 무너질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 악플은 서강준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자양분이기도, 스스로 “욕심을 버릴 줄 아는” 계기도 됐다고 한다.

도리어 ‘화정’ 때에 비해 캐릭터 분석도 덜 했다고 한다. “욕심을 내려놓은” 증거다. 4차원의 자유분방한 백인호를 표현하기 위해, 자신을 옭아맸던 욕심에서 스스로를 풀어놨다. “인호의 걸음걸이와 내가 걸을 때의 느낌, 표정과 분위기, 색채 등을 상상했어요. 별 것 아닌 것들을 생각했는데 도리어 캐릭터 구축에 도움이 됐어요.” 감성적인 연출이 장점인 이윤정 감독과 만난 시너지다. 드라마 촬영 당시 이윤정 감독은 서강준에게 “의지가 너무 강하고, 욕심이 많다. 조금 내려놓고, 드라마가 망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좀 놀았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줬다.

사전제작으로 진행돼 이미 주말 사이 드라마 촬영이 완료된 ‘치즈인더트랩’은 제작 당시부터의 우려는 말끔히 씻었다. 원작 드라마가 안고 있던 숙명은 하나 하나 잘 살아난 캐릭터와 섬세하게 감정을 녹여낸 연출이 만나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서강준은 “사전제작 드라마라서 장점이 상당히 많지만, 드라마를 볼 때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며 “출연분을 모니터할 때 많이 비틀어서 본다. 시청자는 그렇게 느끼지 않아도, 스스로는 내가 왜 저렇게 했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서강준 때문에 스스로 아쉬운 점이 있다는 데애서 30점을 덜고, 전작 ‘화정’ 당시보단 조금 더 발전한 부분에서 현재 이 드라마에 대한 자신의 점수를 ‘70점’으로 줬다. “그렇게 많이 헤맸는데, 이번엔 열심히 잘 했다고 토닥거려줄 수 있는 정도의 점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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