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른바 ‘북한 체제 궤멸론’을 두고 여당에서는 “역사적 발언”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 발언이 나왔다. 반면 국민의당에선 “수구보수세력의 흡수통일론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며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제기됐다. 여야 3당의 ‘중도이념층 쟁탈전’이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비롯된 ‘북풍’과 만나 한층 복잡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장은 지난 9일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육군 9사단을 방문해 장병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병들이 국방태세를 튼튼히 유지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 경제가 더 도약적으로 발전하면 언젠가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공산체제의 무너지는 과정을 봤을 적에 이렇게 핵을 개발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쏜다고 해서 그 체제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앞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7일에도 구소련이 미국과의 군비경쟁으로 무너졌다고 지적하면서 “국민 삶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핵을 개발해도 결국 와해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철저히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 체제 ‘와해’나 ‘궤멸’ 등은 보수진영의 흡수통일론에 입각한 것으로 인식돼 범 야권이나 진보 진영에서는 쓰지 않는 표현이었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김종인 비대위장의 발언과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 위원장이 ‘와해’나 ‘궤멸’ 표현을 써서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하는 흡수통일론을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수습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당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절 확립된 6·15공동성명과 10ㆍ4공동선언에 반영된 통일 정책기조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서 “당은 무력도발 불용ㆍ흡수통일 배제ㆍ화해협력 추진 3대 원칙에서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의 여파는 10일에도 계속됐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안’ 채택을 위한 본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와 “김종인 위원장이 북한 정권 와해와 궤멸을 언급했는데 이는 햇볕정책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초당적 대북정책을 가능하게 하는 역사적 발언으로 (김일성 사후 후계정권 등장 이후) 무려 20년만에 여야의 인식 차이가 해소된 것”이라며 환영했다. 하 의원은 이날 정부와 국회가 북한 정권 와해에 앞장서야 한다는 강경론을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과 무소속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주선 의원은 이날 마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수록 당사국인 대한민국은 지혜와 냉정을 갖고 위기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의 북한 궤멸론 발언은 수구보수세력의 흡수통일론과 궤를 같이하면서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되기는커녕 긴장과 안보 불안을 불러오는,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우리는 김 위원장에게 묻는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더민주의 공식 입장인가”라며 “더민주는 평화통일 노선을 포기하고 흡수통일로 입장을 바꾼건가”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궤멸 발언의 진위를 솔직히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지원 의원도 페이스북글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거듭 규탄한다”면서도 “남북간 교류협력이 정체성인 야당에서 북한 와해론, 궤멸론이 거론되는 것은 야당의 정체성을 버리는 일”이라고 김 위원장의 발언을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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