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2012년 12월 출범한지 3년을 지나 4년째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한때 경기회복과 디플레이션 탈출 조짐을 보이던 일본 경제가 다시 악화하면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아베 내각이 일본 경제의 체질개선에 필수적인 기업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을 뒤로 미룬 채 통화의 양적완화와 재정확대 등을 통한 경기회복에 매달리면서 오히려 일본경제를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단기적인 성장률 제고를 위한 대증요법에 매달릴 경우 오히려 경제체질을 약화시킴으로써 중장기적인 경제안정에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아베노믹스의 경험은 본격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한국경제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한국 정부도 성장세 회복을 위해 재정확대와 소비촉진 등 단기부양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구조개혁의 고삐를 늦출 경우 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 평가가 확산되는 아베노믹스=일본 경제는 아베 내각 출범 직후인 2013년 빠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2014년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지난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렀다. 이후 경기회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했지만 그 수준은 소비세 인상 이전에 미치지 못해 201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0%대 성장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아베 내각은 이를 탈피하기 위해 지난달 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경기회복을 위한 통화팽창 정책을 강화했지만, 오히려 엔화가치가 급등하는 등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아베노믹스가 결국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일본경제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아베 내각이 지난 3년 동안 ▷금융통화 완화 ▷재정 확대 ▷구조개혁(성장 전략) 등 3가지 갈래로 경제정책을 펼치면서 일본경제의 회생을 추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금융ㆍ통화부문의 양적ㆍ질적 완화정책의 경우 통화량을 확대함으로써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저 기조를 정착시키고 물가 상승률을 플러스로 올려놓는 성과를 냈지만, 궁극적인 경기회복의 근간이 되는 대외거래는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엔/달러 환율은 2012년말에 비해 2015년까지 월 평균 약 40% 상승했고, 실질실효환율도 약 23% 하락하는 등 엔저 기조가 지속됐다. 이로 인해 대내외 가격차가 2012년말 이후 1이하를 유지해 가격측면에서만 보면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수출은 엔화기준으로는 증가세가 이어졌으나 달러 기준으로는 2012년 2% 감소 이후 지난해까지 감소세가 확대되고 있다. 수출의 추세를 보여주는 물량기준으로도 2014년 소폭 증가했으나 지난해 들어 다시 감소해 2012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기술혁신이나 신상품의 개발이 수반되지 않은 채 엔화가치 약세만으로는 수출회복이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재정건전성 악화되고 선순환 고리 파괴=재정확대의 경우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했지만 재정 건전성은 크게 악화됐다.
아베 내각은 지난 3년 동안 4차례의 경기 대책을 통해 약 20조 엔의 추가경정(추경) 예산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해 정부지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플러스 수준으로 유지했다. 하지만 세입 증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세출이 이어지면서 재정수지 적자가 쌓이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이 2015년에 많게는 약 246%로 상승해 위험수위에 달했다.
세째로 성장전략 측면에서는 기업에서 가계로의 경제 선순환 고리 형성이 지연되면서 당초의 성장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일본 기업들의 경상이익은 엔저 등으로 2015년 3/4분기 누적 63조엔으로 역대 최고수준에 달했고, 설비투자도 증가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고용 부문은 실업률의 소폭 하락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중심으로 고용이 증가해 질적 개선은 지연되고 있다.
임금 수준도 상승세가 미약해 소비종합지수가 2014년 4월 소비세 인상을 기점으로 급락한 뒤 이전의 개선세를 회복하지 못하는 등 소비 회복력도 미약하다. 경제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지 못하면서 일본경제는 지난 3년 간 평균 0%대 성장에 그쳤다.
◆개혁 없는 미봉책은 재앙=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도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경제활력 약화, 디플레이션 우려 상존, 고령화ㆍ저출산 등 구조적 문제로 일본과 유사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며, 아베 내각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노동과 공공ㆍ금융ㆍ교육 등 4대부문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의 두 가지 과제를 내걸고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구조개혁의 가시적인 성과가 부진한 가운데 경기진작을 위해 재정확대와 금리인하 등 통화확대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특히 2013년과 지난해에는 경기하강을 막기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성장률은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단기적ㆍ대증적 경기 대책에서 탈피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잠재 성장력 확충을 위해서는 적정 투자수준의 유지와 경제ㆍ사회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정책도 단기적인 성장제고보다는 성장잠재력 확충이라는 중장기 과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에서 운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우리나라가 당면한 경제ㆍ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경제체질 개선과 구조개혁의 성과를 가시화하기 위해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보다 정교한 접근과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부형 이사는 보고서에서 구조개혁의 성과를 위해선 “상호 존중과 이해를 기반으로 한 토론문화의 확산과 사회적 합의기구의 실효성 제고, 사회적 합의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제고 등을 위한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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