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자재와 일체화된 태양광모듈…햇빛을 디자인하다

검은 사각형의 흉물은 옛말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BIPV) 에너지 절감은 기본 남다른 디자인까지

투명 · 반투명으로 제작 투명창에 적용 벌집 · 나무 · 날개 · 사선모양 개발 외벽에 활용 도심속 랜드마크로

햇빛이 비추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전기를 얻을 수 있다. 대기오염도, 소음도, 발열, 진동 등의 공해도 없다.

그런데도 검은 사각형의 태양광발전설비는 도심 내 흉물로 지탄 받곤 했다. 도시 전체의 미관을 해치고, 조망권도 상당히 침해한다는 불만이 치솟았다. 도심 내에서 넓은 설치면적을 찾기 어려운 것도 태양광 발전의 걸림돌이었다.

그렇다면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물 외벽에 붙여보면 어떨까. 태양광 모듈을 건물 마감재나 건자재로 대체하면 그만큼 건축비용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일명 ‘건축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BIPV)’은 이렇게 탄생했다.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강화되는 요즘, 건설 및 에너지 업체들은 태양광 발전설비의 디자인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각형 검은 태양전지는 옛말, 태양광이 달라졌다=새까만 태양광 모듈은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 투명 태양광 모듈을 건물의 투명 창에 적용하면 건물 내부에서도 밖을 깨끗하게 내다볼 수 있다. 태양광 모듈에서 빛이 쏟아져 따로 조명을 켜지 않아도 된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건물 디자인도 깔끔해진다.

이미 관련 업계에서는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를 비롯한 차세대 전지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식물의 광합성 원리를 응용한 태양전지로, 투명하게 만들 수 있어 건물 외벽에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실리콘에 기반한 투명전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앞면에서는 태양빛을, 뒷면으로는 실내조명 빛을 흡수해 전기를 생산하는 반투명 태양전지도 등장했다. 태양전지가 태양광발전을 할 때 뒷면에서 약한 빛을 쪼이면 태양전지 성능이 더 향상된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민병권 박사팀이 개발한 이 태양전지는 내구성과 안전성도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획일적인 사각형 모듈은 점차 다양한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한화건설은 벌집, 나무, 날개, 사선모양의 모듈을 개발했다. 모듈이 설치되는 외벽에 컬러를 입혀 더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한화건설 황인재 상무는 “건물일체형 디자인 태양광모듈은 에너지를 절감하면서 디자인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했다.

▶현대미술관처럼 수려하고 웅장한 외관=지난해 문을 연 창원솔라타워는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건축물이다. 총 32층 규모에 136m의 높이로 올라간 이 건물에도 BIPV가 적용됐다. 이 건물이 매일 생산하는 1264㎾h는 200 가구가 쓸 수 있는 발전량이다. 건물 외벽에 태양광 모듈을 부착해 디자인도 자유롭고 경쾌하다. 거대한 돛단배를 형상화한 이 건물은 창원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국내 최초의 ‘탄소제로’ 건물을 표방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은 마치 현대미술관을 보는 듯하다. 사각형 태양광 모듈을 잇대 외장재 대용으로 칭칭 감았다. 이 태양광발전시스템에서 생산된 전력량은 하루 290㎾h.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들이 245㎾h를 사용하고도 45㎾h가 남는다.

전경련 신축회관과 서울시 신청사, 대한지적공사 본사도 BIPV가 적용된 건물이다. 대한지적공사 건물에는 태양광 특수유리가 적용됐다. 외판유리 대신 뒷면에 있는 내판유리에 구멍을 뚫는 신기술로 에너지 발전량을 30% 높였다. 또 태양광 모듈의 테두리를 떼어내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했다.

▶2015년까지 5배 고속성장=정부가 BIPV 육성책을 쏟아내고 있어 시장은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관련 업계는 2012년 5.5㎿에서 2015년 24.3㎿까지 고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가 대표적이다. 에너지사업자는 공급량의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 대상 건축물도 연면적 3000평방미터에서 1000평방미터로 확대됐다.

정부는 또 2020년까지 태양광주택 100만호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인 및 공동주택에 3㎾h 이하의 태양광설비 설치비용의 최대 50%를 정부에서 무상으로 보급하는 사업이다. (주)이건창호의 정성훈 수석연구원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40%가 건물 에너지 소비에 따른 것이다. 환경에너지 정책 관점에서 ‘에너지 제로’ 건물 정책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김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