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티=김효태 칼럼니스트] 이번 칼럼은 지난 번 편인 ‘유권자의 신발을 신어보라’의 후속 편으로 계속 이어나가겠다.선거에 출마한 후보와 캠프가 내거는 캐치 프레이즈나 슬로건을 보게 되면 그런 메시지가 도출되는 과정이 대략 상상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선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어설픈 정도의 정보와 경험을 갖고 얘기를 하다가 자신들에게만 와 닿는 메시지가 나온 것이다. 짧게 설명한다면 ‘메시지가 산으로 가 버린 것’이다.필자가 알기에는 실제로 많은 후보와 캠프가 이런 실정이다. 물론 딴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 성심껏 상의하고 논의한 것이겠지만 이른바 전문가들은 아닐 것이다. 정치권에 직간접적으로 접해있거나 각자 나름 자기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사람들일 수는 있겠지만 모든 분야에서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선거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각자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들은 그 분야에서 명망가들이지 일반 국민 즉, 유권자들 각자의 이해와 이익을 대변해 주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 훌륭한 법학 박사가 있다면 그는 학계에서 인정받을 만한 법적 논리와 경험 및 커리어로 자신의 위치를 확보한 것이지 일반 국민들이 만들어준 명성은 아니다.법학자이든, 경제학자이든 뭐든 간에 국민들에게 선택을 받으려면 유권자가 받아들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으며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유권자 눈높이의 설명을 간명하게 해줘야 한다. 그런데 선거를 어설프게 훈수 두듯이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권자의 진짜 의중과 성향을 한 번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유권자가 바라는 점을 먼저 이해하거나,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주지 못한 채 산으로 가고 있는 메시지를 내놓게 된다. 그러다보니 진영 간의 대결에 의한 심판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각 정당들이 선거 때가 되면 '심판론', '견제론', '특정 세력에 대한 위기감 고조나 상대 진영 비판' 등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양당체제 혹은 양대 구도로 진행되는 선거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하다. 후보가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지 혹은 후보를 선택하면 지역과 국가를 위해 어떠한 희망을 기대할 수 있고 실현될 수 있는지 등이 아니라, 보수정당 아니면 반대 정당 간의 대결로만 이어지는 것이었다. 이런 대결구도의 수혜는 고스란히 기존 양대 정당의 후보에게만 갈 수밖에 없었다.일단은 후보만 되고 보자는 경쟁에 몰두하게 되며, 정당 공천 및 경선 과정에서(혹은 단일화 과정) 각종 비리 사건이 곳곳에서 터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다행인지는 몰라도 이번 선거는 ‘국민의당’의 출현으로 그럴 가능성이 줄어들기는 했다. 그런데 새로운 정당(국민의당)의 후보들을 보면 정당 자체가 급조되다 보니 국민의당 후보들 역시 제대로 준비돼 보이지 않은 것 같다.필자가 본 국민의당 소속 후보들의 메시지를 보면 역시 대부분이 산으로 가고 있거나 자기만의 얘기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아 보인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선거 공학적 계산에만 몰두하게 되고, 급한 대로 필요한 사람을 찾아 해매고 다니며, 해당 진영에 수뇌부의 눈치를 보는 것에 특화돼 있다. 결국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 '유권자'와 '유권자의 입장'은 철저하게 배제돼 있다. 대통령을 뽑는 것도 아니고 300명의 국회의원 중 한 명이 선출되는 지역구 정도에서, 그 것도 대부분의 유권자는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는데 후보는 뜬금없이 정권을 바꾸겠다거나 정치혁명을 하겠다는 등의 엉뚱한 얘기를 한다. 혹은 정치 신인이나 다름없는 후보가 거대한 공약을 내건다거나, 인물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한 후보가 무턱대고 인물능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모두 자신들만의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메시지를 만든 사람들은 해당 후보를 잘 알고 있으니 맞다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유권자에게서는 절대 아니다. 유권자 생각과 이해관계는 무시하고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후보와 캠프를 만나게 되면 필자는 '유권자의 신발을 신어보라'고 말해준다. 유권자가 누구를 선택하고 싶어 하는지, 유권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으며 성향이 어떠한지 등을 알아봐야 한다. 후보가 효과적인 선거를 하려면, 1. 유권자의 입장을 정확하게 헤아리고 2. 해당 유권자들이 공감할 만한 사항을 갖춘 콘셉트(concept)를 찾아내고 3. 유권자가 바라는 제품(후보 공약, 정책, 후보의 인물 능력)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고도 후보가 선거에서 졌다면 정말 유권자의 신발을 맞게 신어보았는지부터 다시 생각하고 반성을 해야 한다. 분명한 점은 말 좀 할 줄 아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서 수다를 떨다가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국회의원 선거는 학급 반장선거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유권자가 듣고 싶은 얘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네 정치와 선거는 여전히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다. 보수여당처럼 선거 때만 되면 거짓말로라도 국민들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가 보다.[*본 칼럼은 곧 발간될 필자의 저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했다.]“선거 기획과 실행”의 저자. 정치·선거 컨설턴트 김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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