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가상현실(VR)은 페이스북의 미래” -오큘러스 2억달러 인수 이후 2년간 치밀하게 VR시대 대비 -구글ㆍ애플 등과 경쟁 직면한 페이스북의 VR 파트너는?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ㆍ윤현종 기자]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갤럭시S7’ 공개 행사 무대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ㆍ31) 페이스북 창업자가 깜짝 등장했다.

그는 이날 “가상현실(VR)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손을 맞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25일에는 독일 최대 미디어그룹인 악셀슈프링거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VR에 투자할 때”라며 “세계 최고의 하드웨어 업체인 삼성과 소프트웨어 기업인 페이스북이 협력해 VR 산업을 더 빨리 키울 것”이라고 했다.

마크 저커버그가 “VR은 차세대 플랫폼이자 페이스북의 미래”라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면서, 최근 VR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VR은 눈과 머리에 쓰는 헤드셋을 통해 구현된 가상공간에 접속해 실제 세계처럼 느끼게 해 주는 기술이다.

수년 전부터 페이스북을 포함한 글로벌 ICT 기업들은 차세대 먹거리로 VR 분야를 지목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VR을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VR이 현재의 게임과 영화 산업 등 단순한 오락 용도로 머무르는 게 아니라, 교육과 의료, 관광 등 실생활까지 파고드는 서비스로 확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자동차업체 아우디는 영국 내 100곳 매장에 삼성전자 VR 기기인 ‘기어 VR’을 공급해, 고객에게 가상운전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관심이 커진 VR업계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마크 저커버그다.

사실 갤럭시S7 행사 깜짝 등장 등 이른바 ‘VR 띄우기’는 저커버그가 수 년간에 걸쳐 ‘치밀하게’ 짠 시나리오 가운데 일부다.

저커버그의 VR 시대 준비는 2년 전 VR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인 오큘러스(Oculus VR)를 2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인수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오큘러스를 통해 ‘은밀하게’ 전 세계 VR 기술 기업을 인수하고, 삼성과는 ‘긴밀하게’ VR 협력을 논의해 왔다.

그는 과거 “디지털 콘텐츠 트렌드는 텍스트, 사진, 동영상, VR 순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것을 보더라도 페이스북이 사진ㆍ동영상 소셜네트워크(SNS) ‘인스타그램’(Instagram)을 인수한 2012년 이후부터 VR 시대에 대비했다고 볼 수 있다.

2014년 3월 페이스북은 VR 스타트업인 오큘러스를 20억 달러(한화 약 2조5000억원)라는 거액에 사들였다.

당시 페이스북이 VR 기술 기업을 2조원이 넘는 금액에 인수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저커버그는 “모바일은 오늘의 플랫폼이다. 이젠 내일의 플랫폼에 대한 준비를 할 때가 됐다”고 인수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후 페이스북은 자회사 오큘러스를 통해 공격적으로 VR 스타트업 인수를 추진했다.

오큘러스는 2014년 6월 미국 시애틀의 ‘카본디자인그룹’(Carbon Design Group)을 시작으로 전 세계 총 6곳의 VR 벤처기업을 인수했다.

카본디자인그룹은 오큘러스의 가상현실 헤드셋 디자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014년 게임용 코딩엔진 전문업체 ‘락넷’(RakNet)과 3D 영상 기술업체 ‘써틴스랩’(13th Lab), 헤드셋 카메라 기술을 보유한 ‘님블VR’(Nimble VR)을 사들였다.

지난해 5월에는 영국의 VR 벤처기업 ‘서리얼비전’(Surreal Vision)과 지난해 7월 이스라엘의 제스처 인식 기술 업체 ‘페블스 인터페이시스’(Pebbles Interfaces)를 인수했다.

페블스 인터페이시스는 컴퓨터가 이용자의 손 움직임을 포착해 추적하는 핸드트래킹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 기술은 현실의 사물을 가상 현실 환경 안에 만들어내는 데 사용된다.

오큘러스는 스타트업 인수와 함께 VR 전문 인력도 영입해, 현재 VR업계의 선도적인 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현재 오큘러스의 가상현실 개발자는 4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 중인 페이스북이 더 나은 VR 서비스 구축을 위해 삼성전자와 손을 잡는 것도 당연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저커버그 입장에서는 삼성전자는 최고의 하드웨어기기 제조 능력을 보유했지만, 모바일 생태계에선 마땅한 플랫폼이 없어 페이스북과 경쟁하지 않는 ‘최적의 파트너’다. 그는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VR 기기를 활용해, 페이스북이나 오큘러스를 VR 시장의 지배적인 플랫폼 소프트웨어로 키우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실제 저커버그는 최근 갤럭시S7 공개행사장에서 “삼성전자는 VR을 감상하는 최고의 하드웨어를 만들고, 페이스북과 오큘러스는 VR을 공유하는 최고의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저커버그는 삼성과의 협력을 위해 2013년 6월과 2014년 10월 한국을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두 차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역시 VR 생태계에서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어, VR 시장을 놓고 이들의 ‘당분간’ 상호 협력 관계는 향후 깨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오큘러스가 페이스북에 인수되기 전부터 오큘러스와 끈끈한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2013년 삼성전자는 오큘러스와 함께 ‘갤럭시S4’를 활용한 ‘기어VR’ 프로토타입을 제작한 바 있다.

VR이 대중화되기까지는 아직 걸림돌이 많지만, VR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VR 하드웨어 판매량이 지난해 14만대에서 올해 140만대, 2017년에는 63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