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독주’와 비박계(친유승민ㆍ이명박계)의 몰살에도 침묵하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무겁게 입을 열고 나섰다. 4ㆍ13 총선 후보자 등록 마감 하루 전, 여권 모두를 깜작 놀라게 한 마지막 ‘반격’이다.
이른바 ‘대구진박(대구의 진실한 친박)’ 후보의 융성(隆盛)을 막고 대표의 ‘자존심’을 세우는 한편, 유승민 의원을 향해 일어난 동정과 지지의 바람에 편승해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청와대와의 노선 결별’이다.
김 대표는 2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와 걱정을 끼쳐 드린 점, 죄송하고 송구하다”며 “공천 과정에서 당헌당규에 따라 정도의 길을 갔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이 수 없이 생겼다”고 말했다.
공천 과정에서 비박계 후보들이 ‘학살’을 당하고, 줄 탈당하는 등 수차례 잡음이 불거진 데 대해 ‘제3의 원인 혹은 책임자(청와대)’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김 대표는 이어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운 승리자 될 길이 봉쇄됐다”며 쐐기를 박았다.
특히 김 대표는 소위 ‘대구진박’으로 불리는 후보들의 4ㆍ13 총선 출마도 원천 차단했다. 그는 이날 “당헌당규에 어긋난 공천은 받을 수 없다”며 “서울 은평을과 송파을, 대구 동구갑ㆍ동구을ㆍ달성군 등 5곳을 무공천 지역으로 남겨두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오늘 오후로 예정됐던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하고, 공천관리위원회의 안을 의결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23일 늦은 밤 탈당한 유승민 의원과 이재오 의원 등 ‘비박계 학살’에 대해 ‘마지막 조치’를 취하고 나선 셈이다. 이에 따라 김 대표가 무공천 지역으로 지정키로 한 지역의 현재 후보들은 출마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공직선거법 49조에 따르면 후보자 등록 기간(24~25일) 중 당적을 이탈할 경우 해당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 유 의원처럼 지난밤 미리 탈당한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으나, 정종섭(동구갑), 이재만(동구을), 추경호(달성군) 등 ‘진박 트로이카’는 새누리당의 후보자 공천을 기다려야만 한다. 당이 후보자 공천을 아예 하지 않을 경우 그들의 정치 도전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은 김 대표의 이런 ‘승부수’를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당내에 ‘대표의 리더십’을 세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공천 과정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지금 상태로는 김 대표가 총선 이후에도 제대로 된 당권을 가질 수 없다”면서 “결국 김 대표가 수도권에 불고 있는 ‘유승민 동정론’에 올라타 청와대와 대립,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는 한편 당내 비박계를 결집하려 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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