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 역할 재정집행여력 축소 소비·투자심리 급격히 하락 법률통과에 매몰 미온적 대처
4ㆍ13 총선을 앞두고 정치 열기는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경제는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수출과 소비ㆍ투자 등이 모두 위축되는 상황에서 조기집행을 확대한 재정도 시간이 갈수록 집행 여력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이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사이 청년들과 서민층 등 취약계층의 경제적 고통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정부도 정치권을 비난하는데 그치기 보다 재정ㆍ통화 부문의 선제적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면초가’ 한국경제, 2분기 이후 ‘성장절벽’ 맞는다= 한국경제는 수출과 소비, 투자 등 전 부문에서 ‘비상등’이 켜진지 오래다. 특히 그 동안 경제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온 재정의 집행여력이 점차 축소돼 2분기 이후 ‘성장절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은 지난해 1월 이후 이달까지 15개월 연속으로 사상 최장기 감소세를 기록하며 경제전반에 깊은 주름살을 만들고 있다. 수출 감소세 장기화로 기업실적 악화→구조조정 압력 상승→생산 위축→고용여력 축소→소비위축의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는 가처분소득의 감소와 가계부채 증가로 한계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7340달러로 전년대비 2.6% 줄어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정부가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진작책을 펴고 있지만, 소득이 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여기에 1200조원을 넘어 목에 찬 가계부채까지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재정 부문에서 정부는 올 1분기에 21조원 이상을 추가로 집행해 그나마 경제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방어해왔다. 2분기에도 하반기에 집행할 재정을 앞당겨 지출할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엔 재정여력이 급감해 정부의 대응수단이 고갈될 가능성이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부양책을 통해 경기를 살려놓았는데 소비와 투자심리가 생각보다 빨리 식고 있다”며 “경제심리와 투자가 떨어지면 경제 추세선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부양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력잃은 구조개혁, ‘리더십’ 복원 시급= 더 심각한 문제는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빨려들어가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이 ‘총선’의 덫에 걸려 있다는 점이다.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동력까지 상실돼 일본식 ‘경제침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부진에 따른 기업수익성 악화로 한국경제가 전반적으로 가라앉는 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통화당국은 낙관론을 펴고 행정부도 총선을 앞두고 움직이지 않고 있어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는 “경기에는 심리가 중요한 요소인 만큼 정부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대처해야 하다”며 “하지만 정치권은 경제가 안중에도 없고 정부도 낙관론과 비관론 왔다갔다 하니 혼란스럽다”며 리더십의 강화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가 법률 통과에 매몰되면 개혁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4월 총선은 물론 그 이후에도 총선 후유증으로 정치권이 구조개혁과 관련한 법안 처리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문제는 구조개혁을 법통과와 연관시키는 것”이라며 “그보다 소통하고 조정하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부문이 적극적으로 고용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도록 여건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4월 총선과 6월 원 구성 이후엔 대선정국에 들어가기 때문에 구조개혁은 힘들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확장적 경제정책을 펼치되 방안 법통과만 탓하지 말고 현재 법 테두리에서 개혁과 규제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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