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환 본지(G밸리) 논설위원
▲노재환 본지(G밸리) 논설위원

[헤럴드 지밸리 = 노재환 논설위원 기자]-日역사왜곡 교과서 도발…韓, 울림 있는‘한 마디’절실

매순간 과거는 현재의 것이 되곤 했다. 이런 식으로 당이 예언한 모든 것들은 문서상으로 증명되고, 그때그때의 필요에 맞지 않는 기사나 의견은 기록에서 영구히 삭제되었다. 말하자면 모든 역사는 필요에 따라 깨끗이 지우고 고쳐 쓰는 양피지 위의 글씨와도 같은 것이었다. 일단 그 모든 과정이 완료되면, 어떤 경우에도 거기에 허위가 섞여 있다고 주장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었다…(생략) -조지 오웰의 '1984' 中에서-"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1944년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배신에 바탕을 둔 정치우화 ‘동물농장’으로 일약 명성을 얻게 된 조지오웰이 지병인 결핵으로 입원 중이던 1949년 완성한 걸작 녀년’으로 현대 사회의 전체주의적 경향이 도달하게 될 종말을 기묘하게 묘사한 소설 중의 한 대목이다. '1984'는 단순히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를 그린 대표적인 작품이다. 1984년 통치자는 신격화되고, 개인 생활은 감시당한다. 역사는 권력을 가진 자들의 입맛에 맞게 고쳐지고, 당이 거짓을 말하더라도 진실로 믿어야 하는 미래 세계다. 필자가 조지오웰의 공적을 높게 평가하는 점은 주로 당대의 문제였던 계급의식과 성실·선예(先銳)의 대립을 풍자하고 이것을 극복하는 길을 제시한데 있다. 특히 그는 스탈리니즘의 본질에서 다시 현대 사회의 바닥에 깔려 있는 악몽과 같은 전제주의의 풍토를 작품에 정착시킨 점이다. 현재 우리의 현실과 참 많이도 닮았다.역사교육의 주요 목적은 세계 모든 나라가 자국민에게 과거 일에 대해 진실을 가르치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그 나라의 긍지가 함의된 내용으로 집필하는 것 또한 중요하고 당연하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처럼, 진실이 아닌 미화되거나 가려져 왜곡된 경우 등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보는 여론은 이렇다. 상당수 학부모들과 젊은이들조차 현재의 역사교과서 좌편향 문제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편이다. 그러나 교과서 국정화라는 칼을 빼든 이후 올해부터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배울 사회 국정교과서에 위안부 용어와 사진이 삭제된 채 기술됐다라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 내지는 의구심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현재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악화된 여론은 의외로 깊고 심각하다. 정부가 정해놓은 그림대로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기만 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필자의 가슴 한켠이 실망감과 아쉬움으로 물든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추진하는 과정이 문제라고 본다. 이는 국민들의 저항감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유감스럽게도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정부는 국정교과서에 위안부 용어와 사진을 삭제했다. 일본정부가 지난해 말, 한·일간 위안부 합의 이후 “강제 동원의 증거가 없다”는 내용의 문서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제출한데 이어 또다시 역사를 왜곡하는 교과서 도발을 자행한 마당에 수위를 높여도 모자랄 판국임에도 불구하고 산 넘고 산인 셈이다.이런 상황에서 당장 내년부터 일본의 고교 저학년 사회과 교과서 중 77%가 ‘독도는 일본 땅이며 현재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과 함께 교육을 받게 된다니 억장이 무너진다.필자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뿔났다. 덜렁 완성됐다고는 하지만 정작 단팥빵이기는 하나 팥이 없는 내용으로 기술된 역사교과서 한권 던져준 것에 대해. 과연 어느 집필진에 의해 삭제된 건지, 누구의 주장이나 학설에 의해 교과서에 담기게 된 것인지 세세히 밝혀야 할 것이다.문득 이를 잘 말해주는 글을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옛날, 어떤 사람이 고민거리를 안고 해안을 걷고 있었다. 깨끗한 모래사장이 끝없이 이어져있었다. 폭풍이 지나간 후였을 것이다. 파도가 칠 때에는, 무수한 조개가 떠밀려 왔다. 조개는 아직 살아있었다. 하지만 물이 밀려들지 않아 조개는 말라서 죽게 될 수밖에 없었다. 아이 하나가 파도가 치는데 무언가를 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아직 살아있는 조개를 하나하나 주워 바다로 던져 보내고 있었다. 길을 걷고 있던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멈춰 서서 물었다.“뭐 하고 있니?”라고. 아이는 “조개를 살려주고 있는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많은 조개가 밀려왔는데, 그렇게 한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니?”라며 “이는 쓸데없는 짓이야”아이는 또 하나의 조개를 집어 들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라고. 그러더니 다시 조개를 바다로 던져 보냈다. 아이는 “보세요, 이렇게 또 하나, 무언가가 변했어요. 아저씨는 생각하고 있을 뿐이지 무언가 해보았나요?”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이처럼 두 얼굴의 절친 일본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왜곡된 역사를 올바르게 바로 잡기 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험난한 길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 앞에서 침묵한 한국은 비록 멀리 돌아가더라도 울림이 있는 한 마디 즉, 용기와 변화의 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