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근로자를 상대로 한 사업주의 ‘슈퍼 갑질’ 행태는 오늘, 내일 일이 아니지만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야 근로감독을 실시하는 정부의 늑장 대처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두산모트롤이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벽만 쳐다보는 자리에 배치한 후 하루 종일 대기하도록 하는 ‘면벽 근무’를 시킨 것은 두 달 전인 1월부터였다. 또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구타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달 23일이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대림산업과 두산모트롤을 상대로 첫 근로감독을 실시한 것은 지난달 31일. 이들 고용주의 갑질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지만 지난달 언론 보도를 통해 조명이 됐고, 고용부는 뒤늦게서야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는 이유로 근로감독에 나섰다.
고용부의 ‘뒷북’ 대응은 이뿐만이 아니다.
결혼한다는 이유로 퇴사를 종용한 주류업체 금복주를 상대로 해당 여직원이 지난 1월 말 대구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 고소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달 4일에서야 금복주에 대해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사실 이 같은 고용주의 갑질 행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란 지적이 많다. 임금체불과 폭행의 경우 신고된 건만 각각 30만건, 400건이 넘지만 각 지역에서 신고 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그 수는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사용주의 갑질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고용부가 이를 방관하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 그제야 근로감독에 나서는 일을 반복하는 사이 이 같은 행태가 만연돼 온 것이다.
이 같은 늑장 대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고용부는 불공정한 인사관행 등을 비롯해 수시로 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임금체불, 폭행, 퇴사 종용 등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들 중 신고 되지 않은 사례도 많고, 신고 접수를 받더라도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 일일이 감독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며 “지금까지는 언론에서 보도돼 사건화가 됐을 때 대응해왔지만 앞으로는 근로감독을 보다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수시로 근로감독을 실시해 시정 조치하는 등 정부가 근로자들의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갑질 행태는 우연히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평소 근로자를 대하는 사용주의 인식,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평상시에도 근로감독을 통해 사용주 실태를 조사하고,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일벌백계해 이 같은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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