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인력 차출, 아이템 기획부터 제작까지 평균 6개월의 공을 들이는 단 ‘하루의 승부’가 시작된다. 엇갈린 표심을 하나로 결집하는 시간, ‘방송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방송이 일제히 막을 올린다.
오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시작되면 지상파 방송3사는 오전 9시경 일제히 선거방송 체제에 돌입한다. 투표가 진행 중인 상황엔 시간대별 뉴스와 하단 자막을 통해 투표현황을 전하고, 투표를 마감하는 오후 6시를 전후에 각사는 개표방송 체제로 전환한다. 이 때부터 방송사 간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지상파 방송사의 선거방송은 “방송사의 역량이 총동원되는 대형 이벤트”다. 각 방송사의 선거방송기획단 관계자들은 “선거방송기획단이 조직되고, 보도국을 넘나드는 인원이 투입해 각사마다 평균 6개월 이상의 준비기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선거방송’ 경쟁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하다. 지상파 방송3사가 총력을 기울인 기색이 역력하다. 이미 3사는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기자간담회 자리를 마련, 각사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들을 공개하며 사전 홍보에 돌입했다.
이번 총선은 오랜만에 방송3사가 제대로 맞붙었다. 2012년 4.11 총선과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엔 MBC와 KBS의 총파업 여파로 반쪽 짜리 경쟁이 펼쳐졌다. 양사의 ‘절치부심’이 2016년 4.13 총선으로 모아졌다.
선거방송 경쟁에 불을 붙인 건 사실 SBS였다. 지난 2012년 SBS는 외신까지 소개되는 기발한 선거방송을 내놓았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실시간 개표현황과 접전 상황을 보여줬다. 시청률과는 별개로 화제성이 뛰어났다. SNS 등지에선 ‘예능보다 재밌는 선거방송’으로 불리며, 기존 개표방송의 개념을 뛰어넘는 수준의 선거방송을 보여줬다. 2년에 한 번 돌아오는 ‘국민의 축제’가 미디어에서 ‘진짜 축제’로 탈바꿈한 건 이 때부터였다. 이후 MBC가 2014년 공상과학영화를 방불케하는 첨단기술을 돌입하며 화려하게 귀환했다. 이번 4.13 총선은 마침내 3사가 제대로 붙는 결전인 셈이다. KBS는 전통을 강조하고, SBS는 지난 영광을 되찾기 위해 2012년 선거방송을 연출한 주시평 PD를 다시 투입했다.
4.13 총선 방송에서 3사는 저마다 최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현재 각사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술력을 보여줄 장으로 선택된 방송이다. 특히나 올해는 각사를 통해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는 가상현실을 만끽할 수 있다. 방송사마다 ‘최초’를 자랑하는 신기술의 총동원이다.
KBS는 총선 개표방송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출구조사 결과와 실시간 투·개표 정보를 AR(증강현실)쇼로 선보인다. 폭 24m, 높이 4m의 K-월, 터치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K-터치, 특수 입체영상 K-모션 등을 통해 KBS가 가진 최신 방송 기술을 동원할 예정이다.
MBC는 세계 ‘최초’로 ‘움직이는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 개표 데이터를 구현한다. “초당 2.5m의 속도로 360도 회전하는 ‘로봇 M’”이다. 95인치 디스플레이 2대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역동적인 ‘데이터 쇼’를 만들어낸다.
SBS는 “과거의 것이 아닌 전혀 새로운 차원의 그래픽”에 정치 히스토리를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시청자를 잡겠다는 각오다.
열기는 이미 뜨겁고, 각사는 진작에 사활을 걸었다. 방송3사가 공동으로 실시해 똑같이 분담하는 출구조사 비용(약 60억원, 각사 20억원씩 부담)에 한 번의 방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더하면 ‘선거방송’엔 각사 평균 40억원 안팎의 제작비가 들어간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선거방송은 세트 제작부터 CG, 여론조사에 이르기까지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하고 “많은 인력과 제작비에 비해 눈으로 보이는 수익은 적은 소모적인 방송”이라고 말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2년에 한 번 역량을 총동원하는 대형 이벤트에 쏟아붓는 자산이 너무 많아 3사가 돌아가며 선거방송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지상파 방송3사에 ‘선거방송’은 올림픽, 월드컵 등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같은 “중요한 ‘모멘텀’”이자 “각 방송사의 컴퓨터 그래픽 등 각종 기술력과 인적 아이디어가 총동원되는 이벤트”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각사가 보유한 첨단 기술과 기법을 보여주는 신기술 각축전”(김대환 MBC 선거방송기획단장)이자, “첨단 방송의 경연장”(김철우 KBS 선거방송기획단 팀장)으로 “새로운 방송기술을 통해 더 좋은 콘텐츠를 확산하는 공공의 성격에 동참”(이기성 SBS 선거방송기획단장)하는 과정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방송사의 공익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국가적인 행사”이자 “지상파 방송사를 지탱하는 보도국을 주축으로 하는 대형 이벤트“(KBS 보도국 관계자)라는 점에서 3사의 자존심 대결이 상당하다. 방송 관계자들은 때문에 “하루동안의 시청률 싸움을 벌이는 만큼 누구라도 지는 결과가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저마다 치밀한 전략도 세웠다. 동일한 지표, 딱딱한 숫자를 얼마나 화려하고 흥미로운 볼거리로 구현하느냐, 실시간 투표동향을 얼마나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여주느냐, 시청자와 얼마나 소통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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