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로 오신 것 맞아요? 아파트 동(棟)이 어디에요? 아, 여기가 아니라 옆 초등학교로 가세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었던 지난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개포1동 제1투표소 앞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명찰을 단 한 안내원이 오히려 유권자들을 돌려보내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유권자들을 내쫓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투표소를 잘못 찾아온 유권자들에게 일일이 올바른 투표소를 안내하는 중이었다.
같은 날 오전부터 이 투표소 앞엔 유권자들로 긴 줄이 생겼지만, 기다린 끝에 다른 투표소로 돌아가야 하는 유권자가 계속 나왔다. 일부 유권자는 “투표하는데 뭘 오라 가라 난리냐”면서 화를 내기도 했다. 긴 시간 줄을 섰다가 주민센터 인근 개원초교로 가야한다는 얘기를 들은 한 주민은 “저번에는 여기에서 투표했던 것 같은데, 제대로 알려줬으면 이런 헛수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투표소 안내 업무를 전담했던 선거사무원은 “아파트 동이 아니리 통(統)으로 투표소를 나누다 보니 주민들이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같은 날 이 같은 모습은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걸그룹 AOA 멤버 설현을 홍보대사로 위촉할 정도로 선거 자체에 대한 홍보는 요란했지만, 정작 투표소 안내는 부실해 유권자들이 투표소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신촌동 제4ㆍ제5투표소의 경우 같은 창서초교 안에 마련됐다. 때문에 투표소를 헷갈린 유권자들로 이 학교는 종일 어수선했다. 제5투표소의 경우 잘못 줄을 선 사람까지 포함, 한때 대기 인원이 70명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개포1동 주민센터 내 투표소에 있던 또 다른 선거사무원은 “주민에게 익숙한 아파트 동 대신 통으로 투표소를 나누는 일이 너무 많아 아파트 동과 연결된 통을 다 외워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며 “통으로 설명하면 나도 못 알아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 속에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총선 투표소 한 곳을 설치하는 데에도 작용된 안일한 행정편의주의가 새삼 안타깝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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