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제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인 13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모인 시민들은 ‘투표’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시민들은 투표를 놓고 크게 “해도 안해도 그만”이라는 의견과 “국민의 의무사항”이라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가족과 함께 하와이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길인 손모(48ㆍ사무직) 씨는 “투표는 하면 좋고 안해도 그만”이라고 했다. 손 씨에게 투표일은 휴일의 동의어였다. “휴가를 하루 연장할 수 있었다면 당연히 오늘도 하와이에 있었겠죠.” 손 씨는 이렇게 말하며 투표를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매번 투표했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역 대합실. 총선 투표 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동했다.
서울역 대합실. 총선 투표 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동했다.

대학편입시험 준비를 하는 윤경아(22ㆍ여) 씨도 굳이 투표를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바쁜 일정을 뒤로 하고 투표를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윤 씨는 말했다. 그는 아침 8시 학원에서 강의를 듣기 시작해 저녁 10시에 집에 가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윤 씨는 “투표할 시간을 낼 수는 있지만, 바뀌지도 않을 정치 때문에 공부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싫다”고 했다.

투표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여기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날 대합실에서 만난 양진모(31ㆍ사무직)씨는 과거와 달리 이번 총선 투표에 적극 참여했다고 했다. 오전 중 지방에 출장을 가야했지만 오늘아침 양 씨는 투표소부터 찾았다. 그는 오랜 취업준비 기간을 거치며 투표에 관심을 가지기로 다짐했다고 했다. 양 씨는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투표율마저 낮으면 청년 목소리가 정책에서 배제돼 문제가 영원히 해결돼지 않을거라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민들도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과 피로감이 크다고 고백했다. 그간 한번도 투표를 거른적이 없다는 이은희(25) 씨는 “사실 뽑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최악의 후보를 피하기 위해 투표를 할 뿐이다”고 귀띔했다. 이 씨는 이어 “투표라도 안하면 정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 참담한 심정으로 투표한다”고 했다.

이날 대합실에 모인 시민들은 입을 모아 “당선된 정치인들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이에 시민이 투표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