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권팔아 제작비충당 모범사례 확실한 콘텐츠로 실패 최소화 이영애·송승헌 주연 ‘사임당…’ 수익·리스크 분담 中자본유치 중·일 등 6개국과 방영권 계약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KBS 2TV ‘태양의 후예’가 전무후무한 인기 속에 두 달 간의 빛나는 여정을 마쳤다. 14일 종영한 ‘태양의 후예’는 톱스타 송중기와 송혜교, 톱작가 김은숙, 영화제작 배급사 NEW와 KBS가 만나 일군 성과가 상당하다. 무엇보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의 첫 성공 사례가 됐다. 이미 드라마 촬영 전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에 회당 25만 달러에 판권을 팔았다. 드라마는 이를 통해 제작비를 충당하며 130억원을 투자한 블록버스터급 재난 멜로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태양의 후예’를 통해 ‘사전제작 드라마’의 성공 가능성을 보긴 했지만, 아직 예단은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송 관계자들은 “톱스타와 톱작가가 만난 ‘태양의 후예’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공”이었지, “사전제작 드라마의 성공 여부는 이후 작품을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모은다.
그간 사전제작 드라마들의 성과가 좋지 않았다. 2004년 한중 합작으로 사전제작된 ‘비천무’는 방송사를 찾지 못해 4년 뒤인 2008년이 돼서야 방송됐다. 무협 트렌드가 지나간 뒤 전파를 타자 결과는 참패였다. 허영만 작가 원작의 ‘사랑해’(2008), 한국전쟁을 그린 ‘로드 넘버원’(2010), 시트콤 ‘탐나는도다’(2009) 등도 사전제작됐지만 시청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드라마였다.
현재 국내에선 많은 드라마가 사전제작을 목표로 촬영을 진행 중이다. 김우빈 수지 주연의 KBS2 ‘함부로 애틋하게’가 올 여름 한중 동시방송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이영애 송승헌 주연의 SBS ‘사임당, 더 허스토리’는 오는 9월로 대기 중이다. 박서준이 출연하는 ‘화랑 더 비기닝’, 아이유 이준기의 ‘보보경심:려’ 역시 촬영에 한창이다.
앞서 방영된 ‘태양의 후예’를 비롯해 현재 제작 중인 드라마들은 대체로 톱스타와 거대 자본이 만나 부피를 키웠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눈 먼 돈’이 마구잡이 식으로 들어오던 차이나머니 유입 초창기와는 달리 지난해 말부터 중국 자본은 여러 조건들을 따져가며 한국 드라마에 투자를 시작했다. 탄탄한 제작사, 한류스타, 톱작가가 그 조건이다. 그룹에이트 제작, 이영애 송승헌 주연의 ‘사임당, 더 허스토리’가 대표 사례다. 이 드라마는 홍콩의 미디어그룹 엠퍼러그룹의 엠퍼러엔터테인먼트코리아가 공동제작사로 참여해 100억원을 투자했고 이미 지난해 7월 중국과 일본,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6개국 방영권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확실한 콘텐츠에 투자한 중화권 자본은 국내 투자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드라마제작사 입장에서 기존 방송사가 보장하는 제작비는 40~50%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 탄탄한 거대자본의 유입은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제작환경을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된다.
한 드라마제작사 관계자는 “현재 중국 자본의 투자는 국내의 원금보장형 투자와는 달리 수익은 물론 드라마 실패시 돌아올 리스크도 함께 나눠갖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원금까지 보장해줘야 하고, 수익을 나눠갖는 국내 투자 구조는 제작사와 방송사의 입장에선 제작비 절감에만 혈안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사임당’이나 ‘태양의 후예’가 “국내 투자만으로 만들 수 없는 드라마”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 자본의 투자를 받아 안정적인 제작비를 바탕으로 방영 7~8개월 전 촬영에 돌입하는 것이 올해 등장한 사전제작 드라마의 눈에 띄는 공통점이다. 촬영시기와 방영시기의 편차도 대폭 줄였다. 과거 사전제작 드라마의 사례와는 달라진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간 사전제작 드라마의 실패 이유로 “시청자의 피드백을 반영하지도 못 하는 데다, 촬영시기와 방영시기의 차이가 너무 길어지니 현재의 트렌드에는 뒤처진 드라마가 됐다”는 점을 꼽았으나, 이젠 ’시차‘가 실패원인이 됐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게 됐다.
가장 중요한 성공법칙이 다시 떠오르고 있는 때다. 중국발 ‘사전제작 드라마’의 열풍이 성공 사례로 남으려면 업계 관계자들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국장은 “시청자의 반응을 100% 알고 갈 수 있는 드라마는 없다. 중요한 건 결국 스토리다.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어떻게 풀 수 있느냐의 기획력이 중요해졌다”며 “스킬보다는 기본적인 기획력이 더 요구되고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사전제작의 성공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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