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음악에도 ‘화장발’이라는 것이 있다. 하나의 앨범이 만들어지는 가장 마지막 단계. 제각각 흩어진 보컬과 연주의 조화를 맞추기 위해 소리를 디자인하는 사람. 마스터링 엔지니어는 앨범 작업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화룡점정’을 그리는 사람들이다.

요즘 국내 뮤지션들이 자주 찾는 유명한 이름이 하나 있다. 유럽 최대 독립 음악 스튜디오인 영국 메트로폴리스 소속의 마스터링 엔지니어 스튜어트 혹스(Stuart Hawkesㆍ48)다.

올해로 29년째 마스터링 엔지니어로 유럽 각지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그는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뮤지션과 작업했다. 스튜어트 혹스는 보통 “아날로그 마스터링의 권위자”로 불린다.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전환”해 “사람의 판단력으로 소리를 포장하는” 거장이다.

스튜어트 혹스가 함께 한 뮤지션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해외에선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제임스 모리슨(James Morrison), 프로디지(The Prodigy), 루디멘탈(Rudimental), 디스클로져(Disclosure) 등 다수의 해외 유명 아티스트와 작업한 거장이다. 지난해 빅히트한 샘 스미스, 에드 시런, 아비씨도 그의 화장발로 태어난 음악이다. 2008년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앨범 이후 수차례 그래미상에 후보로 올랐다.

국내에선 윤종신, 이승환, 박정현, 로이킴, 브라운 아이드 걸스, 이효리, 다이나믹 듀오, 자이언티, 가인, 델리스파이스, 유희열, 에피톤 프로젝트, 허밍 어반 스테레오 등의 뮤지션들과 함께 하고 있다. 박재범, 로꼬를 비롯해 정준일도 최근 함께 한 국내 뮤지션이다.

최근 휴가차 한국을 찾아 ‘CJ문화재단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미래의 ‘스튜어트’를 꿈꾸는 엔지니어들을 만난 스튜어트 혹스를 인터뷰했다. 최근의 국내 마스터링 시장은 스튜어트 혹스와 같은 해외 굴지의 엔지니어와의 작업이 붐처럼 일고 있는 시기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스튜어트 혹스가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거둔 성과이기도 하다.

“한국 뮤지션과 작업을 함께 한 지는 6년 정도 됐어요. 30년 정도 이 일을 하면서 다양한 음악을 작업하고, 뮤지션들의 피드백이 경험을 통해 쌓이다 보니 한국 뮤지션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 같아요.(웃음)”

사실 마스터링 엔지니어의 업무는 까다롭다. 아티스트가 의도한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야 가장 최적화된 사운드로 조화를 이룬 앨범 한 장이 나온다. 노건식 메트로폴리스코리아 대표는 “마스터링을 할 때 국내에선 엔지니어와 아티스트가 직접 만나 한 자리에서 세밀한 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튜어트의 경우 직접 만나지 못 하는 상황임에도 수정 요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뮤지션이 의도한 음악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원하는 것을 맞춰내는 능력” 덕분이다.

“아무리 기계가 좋아졌어도 버튼 하나에 의존할 수 없는 사람의 감각과 경험”(스튜어트 혹스)이 마스터링 엔지니어의 세계에선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음악이라는 것은 즐기는 과정을 동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은 경험을 통해 쌓을 수 있고요. 어떤 부분이 잘못됐을 때 수정할 수 있는 것도 경험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죠. 버튼 하나를 눌러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오랜 시간을 통한 노하우다. 업계에선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내는 판단력을 그의 강점으로 꼽는다. 한 번 작업한 뮤지션들이 스튜어트 혹스만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에선 특히 윤종신을 비롯한 그의 소속사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뮤지션들이 스튜어트 혹스의 단골 손님이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아티스트는 윤종신”이라며 “워낙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매달 내다 보니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매달 프로듀서가 바뀌어 소리가 다른 경우도 있는데, 연말에 한 장의 앨범으로 만들 것을 염두하고 소리를 디자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홈 마스터링’이 대중화됐다지만, 음악이 존재하는 한 지속가능한 직업. “기계는 사람의 감각과 판단력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의 스튜어트 혹스를 꿈 꾸는 엔지니어가 많은 이유다.

“가장 중요한 건 신중하게 음악을 듣는 거예요. 신중하게 들어야 뭘 해야 할지 아니까요. 그러면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실험해봐야 하고요. 새로운 걸 시도해야 좋은게 나오죠. 제 방식이요? 한 번 이상 듣지 않아요. 한 번 들어도 30분 이상 헤매면 감이 안 오는 거예요. 한 번 들을 때 신중하게, 그렇다면 5분 안에도 제대로 된 포장이 나오죠.”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