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경제가 성장하려면 시장이 공정해야 한다. 공정 시장이 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위상과 독립성을 높여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지난 2월 국회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공정거래법)’을 대표발의하면서 한 말이다.

이번 총선에서 38석을 차지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면서 20대 국회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편작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에 공정위는 말을 아끼면서도 전문성, 조사권 등이 강화되면 사건 처리에 도움이 된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현재 법안이 발의된 상태에서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며 “각 과에서 법안 내용을 검토 중이고, 공정위가 사건 처리를 하고 제 역할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공동대표가 발의한 공정거래법에는 공정위 상임위원 수를 5명에서 7명으로 늘리고, 위원의 임기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정위는 상임위원이 늘어나면 조직 기능과 전문성 등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법안에는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의결할 때 그 이유 등을 명시한 의결서를 작성하고, 조사방해 행위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도 담겼다. 이 역시 조사권이 보다 강화되면 담합 등 공정거래 위반 관련 조사가 활발히 이뤄지게 되고, 증거 입증도 잘 돼 사건 처리에 도움이 될 것이란게 공정위 측 반응이다.

실제 공정위가 지난해 농심 라면가격 담합 불복 소송, 올해 SK그룹 계열사 부당지원 및 일감몰아주기 불복 소송 등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대기업을 상대로 한 조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공정위는 조사권이 강화되면 보다 사건 처리가 원활해져 패소할 확률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법안에는 대기업 등의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공정위가 소송을 제기해 해당 기업의 주식 처분, 영업양도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이는 기업 등 업계에서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 공정위 내부에서도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를 둘러싼 논란도 20대 국회에서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을 포함한 야당이 경제민주화를 다시 핵심 의제로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공정위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는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를 양분된 논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아 경제민주화를 하면 경제활성화도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강화하는 등 시장 내 공정거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