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최근 은행권이 성과주의 기반 인사의 일환으로 기존 연공서열의 벽에 가로막혀 있는 은행권 인사시스템 개혁에 나서고 있다. ‘발탁ㆍ파격’ 인사가 은행권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성과급제 확대, 저성과자 퇴출 등 껄끄러운 노사 합의를 추진하는 것보다 인사를 통해 좀 더 쉬운 방식으로 성과주의 확산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포문은 우리은행이 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은행권 처음으로 본부 부서장의 연령대를 4~5년 가량 낮췄다. 심지어 다른 은행의 팀장급인 1971년생을 부서장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본부 부서장 55명 중 25명이 교체됐고 지점장과 부지점장급 승진자 85%가 영업점에서 배출됐다.
이어 신한은행은 지난 1월 말 정기 인사에서 138명을 지점장과 본점 부장 등 부서장급으로 승진시키면서 이 중 90여 명을 40대로 발탁했다. 승진적체로 50대가 주를 이뤘던 부서장급 연령대를 크게 낮춘 것이다. 부서장급 승진자 중 40대 비율은 지난해 40%에서 올해 65%로 크게 높아졌다. 또 차장에서 부지점장, 부지점장에서 지점장으로 승진하는 데 필요한 기간도 각각 6∼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
KEB하나은행도 같은달 영업 성적이 우수한 행원급 6명을 과장 등으로 특별 승진시켰다. 승진기한이 최소 4~5년 단축됐다. 책임자에서 영업점장으로 발탁 인사를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행원에서 책임자급으로승진한 것은 처음이었다.
성과주의를 강화한 조직체계도 내놨다. KB국민은행은 일반직군과 달리 성과평가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전문직군을 확대했다. 투자증권운용부 등이 소속된 자본시장본부의 경우 전문직군 직원이 지난해 39명에서 올해 70명으로 2배 가까이 많아졌다. NH농협은행은 개인 실적과 동료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사무소분위기 저해자’를 선정하고 있다.사무소분위기 저해자로 분류되면 사업 수행 목표치를 할당받는다. 이 목표치를 달성했는지 재평가를 받아야만 영업점으로 복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저금리 기조에 수익성이 감소하는 상황에선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한 인사가 필연적이라고 지적한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은행이 인사에 성과주의를 반영하지 않았던 건 수익 증가분이 인건비 증가분을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최근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선 성과주의를 반영한 인사체계를 도입할 수밖에 없고 이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 평가시스템을 확립하는 게 성과주의 확산에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발탁인사의 기준이 명확하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그보다는 성과급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상·하, 동료 평가 등을 포함한 열린 시스템을 갖추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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