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으로 제2 음악인생 시작 ‘한국인들 좋아하는 곡 선별’ 노하우 탁월 국내 DJ 최초 기내공연도 진행 호응
오후 세 시를 조금 넘기자 휴대폰 벨이 울렸다. “잠시만요. 헬로, 도터(Hello, daughter)! 응 퇴근해. 아빠 일하니까…”
부녀만의 ‘화법’이 줄을 잇는다. 열한 살 딸과의 통화는 영락없이 딸바보. “학교에서 퇴근하라고요. 하하. 학원으로 출근하라는 거예요.” 김성수의 삶은 긴 시간 “딸의 생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혼성그룹 쿨을 통한 가수 활동, 예능인으로의 방송 활동, ‘해변의 꽃게’로 상호를 정한 식당까지. 연예인 아빠의 삶은 사실 녹록지 않았다.
“열한 살이에요. 많이 키웠죠? 알아서 크던데…. 패션 디자이너를 하겠다는데 으음 모르겠네요. 딸이 출근(등교)하면 집안청소를 하고, 그 뒤에 음악 작업을 하고, 오늘처럼 인터뷰나 뭐 비즈니스도 있고. 딸 퇴근(하교)시간 맞춰 밥 먹이고 공부 도와주다가 애 슬리핑하면 다시 작업하죠. 어깨도 뭉치고, 진짜 힘들었는데…후우.”
새로운 도전처럼 보이는 김성수의 변신은 그래서 어쩌면 ‘탈출구’였다. “저한텐…아, 네. 일탈일 수도 있겠네요.”
쿨의 김성수, 재능있는 예능인으로 방송가를 넘나들며 엉뚱한 매력을 발산했던 그가 요즘 ‘대세’라는 EDM(Electronic dance musicㆍ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에 출사표를 던졌다. DJ KU:L(쿨)이라는 이름으로다.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간 거예요.”
김성수는 사실 쿨로 데뷔하기 전인 1987년부터 강남의 이름 있는 클럽에서 활동한 DJ 출신이다. “EDM을 좋아하기도 하고, 요즘 추세가 이 쪽이잖아요. 가수 활동으로는 한류까지 못 갔어요. 우린 잔류였죠. (웃음) 여기는 글로벌 시장이 열려있어 문을 두드리면 가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난데없어 보이는 DJ 도전 이유에 대한 김성수의 설명이다. 지난해 ‘무한도전-토토가’를 통해 다시 주목받으며 90년대 댄스음악이 부활했지만 “지속적인 활동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 무렵 DJ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현재의 음악시장이 아이돌그룹 위주이니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았죠. 다른 통로를 찾던 중에 만나게 된 거죠.”
DJ KU:L로의 시작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건 DJ KOO(디제이 쿠, 구준엽), 맥시마이트 등 유명 DJ들이 다수 소속된 마이다스ENT의 김창환 대표다. 김건모부터 이정까지 수많은 대형가수들을 길러낸 가요계 ‘미다스의 손’이다.
김 대표는 “김성수는 가수이기 이전에 DJ였다. 그 시절 DJ로 활약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굉장히 멋있는 DJ였고, 음악에만 집중하던 아이였다”며 “음악에 대한 애정과 미련을 품었던 차에 한 번 본업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적인 제2의 인생”의 시작이다.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이라지만 80~90년대 클럽 문화와는 너무도 달라진 요즘이다. “아무래도 시스템, 하드웨어가 달라졌고요. 나이도 그렇고. 그래도 감은 있더라고요.” 요동치는 심장 박동소리와 함께 하는 비트, 잠시나마 음악에 모든 걸 맡길 수 있게 사람들의 흥을 돋워주는 ‘노래의 선곡’이 김성수가 강점으로 꼽은 ‘DJ의 감’이다.
한 타임을 채우기 위해 “30~40곡을 미리 준비”하고, 무수히 많은 EDM 장르 중에서도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곡을 선별”하는 것에도 김성수의 노하우가 담긴다. 다양한 세대가 좋아할 수 있는 여러 곡을 섞어 새로운 음악을 선보인다. ”EDM으로도 시대를 아우를 수 있어요.“ 한 시절 DJ로 활약했고, 어느새 30년 가까이 가요계에 몸 담은 시간은 지금의 김성수가 EDM의 장벽을 넘는 데에도 경험치로 쌓였다.
최근엔 해외 공연 스케줄로 DJ 활동을 하고, 지난 3월엔 국내 DJ 최초로 기내 공연을 진행했다. 제주항공과 연계한 기내 디제잉에 장비를 모두 챙겨 몸을 실었다. 15~20분 가량 함께 한 승객들과의 흥 넘치는 시간. “날아다니는 관광버스죠. 관광비행기요.” 마이다스ENT 소속 뮤지션들이 작곡한 ‘픽 미’와 ‘24시간’ 무대는 특히나 호응이 좋았다고 한다. 현재 제주항공과의 정기 기획도 고려 중이다. “방콕으로 가는 월요일 노선이었어요. 사전공지가 나간 뒤 만석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휴양지에 도착하기 전 여행객들의 마음을 확 끌어올리고 싶었어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걸 하고 나니 너무 좋았죠.”
무대에 선 김성수에게선 예능인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간 김성수의 활약상과 인지도는 DJ KU:L을 알리는 데엔 크나큰 장점이지만 ‘코믹한 이미지’의 부각은 DJ로서 사양이다.
“쿨 활동 당시 슬픈 노래를 부르는데도 많은 분들이 제가 나오면 웃으시더라고요. 그런 일이 없어야 하거든요. 카멜레온이 돼야 하죠. 예능인으로 많이 알고 있지만, DJ로 선보이는 음악까지 가볍게 보여선 안돼요. DJ가 음악만 튼다고 되는 건 아니거든요.” 80년대 짐가방을 들고 나르던 시간만 3년, 힘들게 DJ 자리까지 올라갔다. 뒤늦게 다시 돌아간 김성수에게 이 곳은 보다 큰 꿈을 꾸게 공간이다. DJ로서의 자기 색깔을 만들어 세계 시장으로 나가고, 예능인 김성수가 아닌 음악인 김성수로 다시 서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룹의 멤버가 아닌 나 혼자 장악할 수 있는 무대”에서 “잔류가 아닌 한류로 글로벌 시장에 서고 싶은 바람”이다.
김성수는 지난 22일 강남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신드롬’에서 국내 클럽 데뷔 무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오는 30일엔 클럽 바운스에서의 공연이 예정돼있다. 아빠 김성수로부터의 일탈이자, 음악적 갈증을 풀어내는 시간이다. “음악은 나이를 초월한다”지만, 흔적은 남는다. 열정을 다한 공연 이후엔 회복이 더디다고 한다. “그래도 EDM은 스파크죠. ‘하트 비트’!”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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