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식 구조조정후 캠퍼스 통합 자치조직 와해 강의실 태부족 확 바뀐 커리큘럼에 혼란 거듭
학교 부지는 통합됐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올해부터 서울 동작구 흑석동 캠퍼스와 경기도 안성 캠퍼스를 통합한 중앙대 이야기다.
학생들은 갑작스럽게 바뀐 커리큘럼에 적응하지 못했다. 학생회와 같은 자치조직도 와해됐고 강의실은 부족했다. 경제학 수업이 법학관에서 열렸다. 전에 수업을 들었던 캠퍼스 교수를 학생들은 따라갔고, 조별 과제는 끼리끼리 해결했다.
지난 27일 중앙대 흑석동 캠퍼스에서 만난 경제학과 4학년 송모(26) 씨는 갑작스레 바뀐 커리큘럼에 대학교 마지막 학년을 헤매고 있었다. 안성캠퍼스에는 없었던 심화과목을 듣고 있는 송 씨는 “선수과목(먼저 수강해야 하는 과목)이 적혀있긴 했는데 설명도 들어본 적 없다. 애초에 개설된 과목 자체가 적으니 가릴 처지도 안됐다”고 했다.
송 씨는 “수업 내용을 듣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시험 내용은 훨씬 어려웠다”며 “졸업 학년인데 학점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2008년 5월 두산그룹에 인수된 중앙대는 기업식 구조조정을 도입했다. 학과 구조조정을 통해 18개 단과대를 10개로 줄이고 77개 학과를 46개로 통폐합했다. 전공선택 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인문계열 4개 학과를 폐지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서울 흑석동 캠퍼스와 경기도 안성캠퍼스 통합을 발표했다. 예술학부를 비롯한 일부 학부는 서울에서 안성으로 옮기게 된 반면에 경제학부 등은 서울로 흡수된다는 내용이었다.
학내 구성원들은 타워크레인이나 한강대교 난간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중앙대는 반발하는 학생들을 ‘교직원 욕설’ 등의 이유로 퇴학과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중앙대는 캠퍼스 통합을 통해 수백억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안성 캠퍼스를 본교로 통합해 학생 정원 1만명을 넘기고, 정원 240명의 적십자간호대학을 사들여 국내 최대 규모의 간호대학을 출범시킬 계획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중앙대 총장 출신인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교육부에 압력을 행사했다. 재판에 넘겨진 박 전 수석과 이성희 전 청와대 교육비서관, 박용성 전 두산 회장 등은 지난 22일 서울고법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바뀐 학사과정에 적응을 힘들어하는 것 외에 학생들은 학교생활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학교는 통합 발표 직후 안성캠퍼스 신입생을 받지 않기 시작했고, 이들은 후배도 없다. 서울캠퍼스에 있는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한 경우도 많다고 했다.
안성캠퍼스 출신 배모(24) 씨는 “나만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예전 교수님 수업을 듣고 있다”며 “조별 수업 때는 같은 캠퍼스끼리 조를 짜서 과제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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