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들이 승객들의 ‘주먹’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이를 조금이라도 피하려면외국처럼 택시운전석 보호벽을 설치하는 게 좋지만 어떻게 보면 언감생심이다. 우리 현실에서는 택시운전석 보호벽 설치는 택시 기사 개인의 부담이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의무화돼 있는 곳과 형편이 다르다.

이에 지난 2006년부터 운전석 주변 보호벽 설치가 의무화된 시내버스와 달리 보호벽이 설치된 택시는 찾기 힘들다. 택시기사들이 버스 기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비용을 기사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택시 내 안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택시 기사들이 승객들의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돼있지만 보호벽 설치는 개인 부담이다. 한편 미국ㆍ일본에선 법적으로 택시 운전석 보호벽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택시의 운전석 보호벽.
택시 기사들이 승객들의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돼있지만 보호벽 설치는 개인 부담이다. 한편 미국ㆍ일본에선 법적으로 택시 운전석 보호벽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택시의 운전석 보호벽.

서울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최대규(가명) 씨는 얼마 전 승객에게 맞았다. 최 씨는 “술 취한 손님을 태웠는데 갑자기 ‘지갑을 왜 훔쳐가냐’며 난데없이 뺨을 후려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아마 외국처럼 플라스틱 보호벽이라도 있었으면 손님이 때려도 실제로 맞지 않아 위험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무방비 상태의 운전석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 씨처럼 차내 돌발상황 상황을 막기 위해 보호벽을 설치하려 해도 30만원 가까이하는 높은 비용 부담 때문에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은 거의 없다. 국토교통부 택시사업팀 관계자는 “현재 추진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택시 보호격벽 의무화 정책은 없다”며 “의무화로 하면 또 규제가 되고 사업자들도 비용 들어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정 필요하면 기사 본인이 비용 부담하고 설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마찬가지로 “2014년에 상시적으로 시에서 보호벽 설치비용을 지원해줬다”며 “당시 기사들이 보호벽을 설치하면 휴식할 때 의자를 젖히지 못해 불편할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 지금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기사 개인에게 보호벽 설치를 떠넘기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ㆍ일본에선 법적으로 택시 운전석 보호벽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택시에서 폭행 당하는 기사가 늘어나자 1980년대 말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보스턴, 미시건 등 대부분의 주에서 보호벽의 설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두었다. 특히 뉴욕은 운전자 보호벽이 없는 경우 택시 운행에 대한 면허가 발급되지 않는다.

일본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택시 기사들을 상대로 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택시운전자 보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택시 운전석 보호벽과 긴급통신시스템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전문가들은 택시 운전석 보호벽 설치가 기사들을 상대로 하는 범죄를 예방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버스는 오히려 다른 승객들이 말릴 수 있지만 택시는 기사 혼자 승객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보호벽을 설치하면 폭행 사건이 발생해도 기사가 1차적으로 차를 세우는 등 기본적인 대응을 할 수 있어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했다.

구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