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4ㆍ13 총선이 끝난 후 여야가 한목소리로 ‘협치’를 외쳤지만, 시작부터 험난하다. 당청과여야가 딴 목소리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가 화기애애한 ‘청와대 회동’으로 기세좋게 출발했지만, 협치는 시작도 못 하고 물건너갈 판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은 결국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과거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불협화음의 ‘합창’만 반복했다. 종전 입장을 고수한 보훈처가 걸림돌이 됐다.
‘상시청문회법’을 두고도 여당과 야당, 청와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활성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상시청문회법)에 대해 야당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것”이라는 반면에 청와대와 여당은 “과도한 국회 권력 입법화로 행정부 기능의 마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장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초미의 관심사다. 24일까지의 논의대로라면 극적인 협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청와대는 일단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롯해 상시청문회법을 무력화시킬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위헌 여부를 포함해 살펴보는 중”, “거부권을 포함해 동폐기 방안 등 여러가지를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여당도 청와대의 입장을 적극 거들고 나섰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거부권 행사도 필요 없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 이라도 19대 국회 임기(5월29일) 내에 공포되지 않으면 자동폐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종섭 당선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법(개정안) 65조에서 새로 도입한 소관 현안조사 청문은 광범성과 무제한성으로 행정부와 사법부 기능을 억압할 가능성 높다, 다른 헌법기관의 기능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위헌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거부권은 대통령과 정부 영역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며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상시청문회법이 이미 운영위와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인만큼 여야 합의를 이뤘다고 봐야 하며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앞으로도 협치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에서 여야합의로 주요 현안에 대해 정책 청문회를 한다는 데 그것을 행정마비라고 하는 발상이 도저히 이해 가지 않는다”라며 “왜 거부권 대상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건 완전히 정의화 국회의장에 대한 감정풀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정부가 마비되고 민간까지 어렵다는 선동을 하면서 정부 인사들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라며 “새누리당이 할 일은 못 하고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것은 국회를 망치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상시청문회법’으로 위기를 맞은 협치의 다음 시험대는 최대 민생 현안인 가습기 살균제 사태 대응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살균제 피해자 가족 면담를 갖고 “(가습기살균제피해특별법) 입법이나 청문회 문제도 우리가 피할 생각 없고 피할 이유도 없다”며 “여야가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는 이런 일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협력해 누구의 책임이냐 문제 따지기 전에 빨리 피해자 가족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간담회 후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청문회가 검찰 조사랑 병행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며 “검찰 조사가 지금까지 그렇게(병행) 해선 안된다고 한 건 검찰 조사 받고 있는 사람을 국회로 부르는 것은 검찰 조사 과정이나 재판 받는 사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서) 이렇게(병행할 수 없다) 했는데 지금 조사 받는 사람들은 회사 관련된 사람들이고, 그 외의 사람들에 대해선 그들이 어떻게 했고 왜 허가가 났고 허가가 취소됐는지에 대한 (조사)부분은 겹치지 않도록 하는 데 (피해자들과) 공감을 했다”고 말했다. 환경부 등 관련 부처 장관의 사과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바로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일단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진석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가습기살균제특별법 마련, 청문회의 즉시 개최, 정부의 사과 등을 요구해온 야당의 주장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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