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왕관을 쓰려는 자, 무게를 견디라고 했던가.

‘연예인’이라는 왕관의 무게는 실로 가늠하기 힘들다. 때로 부와 명예를 안겨 주는 ‘황금빛 왕관’이지만, 때론 온갖 치욕을 안겨주는 ‘가시면류관’이 되기 때문이다. 법적 다툼으로 잘잘못을 가리기도 전에 여론 재판으로 회생 불가의 ‘종신형’을 선고 받는다.

조영남의 그림 대작(代作) 사건, 유상무의 성폭행 사건을 놓고 여론전이 한창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사건 당사자의 일방적 폭로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경찰 수사나 재판이 본격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여론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는 모양새다. 신기하게도, 실제로는 전혀 관련 없는 두 사람은 네이버 연관 검색어에 서로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이들은 정말 ‘범죄’를 저질렀나. 아니면 왕관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는 것인가.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조영남 대작(代作) 사건, 조영남 그림을 대작(大作)으로?=조영남 대작 사건은 강원 속초시에 거주하는 송기창 작가의 폭로에서 시작됐다. 자신이 조영남 그림으로 유명한 화투패 그림을 그린 당사자고, 조영남은 자신의 그림에 약간 덧칠을 하고 사인만 하는 정도였다는 것.

사실 그동안 조씨가 가수 겸 화가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지만, 미술 비평의 영역에서 중요한 작가로 거론된 적은 거의 없었다. ‘아트테이너’이긴 했어도, 미술사에 유의미한 ‘아티스트’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작품이 잘 팔렸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작품 자체의 가치와는 별개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논란이 커지면서 오히려 대작(代作)사건이 그의 그림을 대작(大作)으로 만드는 형국이다.

대작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게 된 건 조 씨의 ‘미술계 관행’ 발언 때문이다. 대다수의 미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하나에서 열까지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낸다. 오랜 무명생활과 생활고를 기꺼이 견디면서다.

그러나 조씨가 관행이라는 ‘대작’ 역시 팝아트, 영상, 설치미술 등 다양한 현대미술 장르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유명 화가의 작업실에서 제자들이 도제식으로 그림을 배우는 경우, 혹은 여러 장르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완성되는 작품의 경우다.

물론 인기 작가의 경우 작업 물량을 맞출 수 없어 조수들이 그림을 그리는 일도 분명 있다. 어떤 유명 원로 화가들은 고령으로 인해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돼 그에게 교육받은 조수들이 대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작가들의 철저한 감수가 뒤따른다. 당연히 그림값은 그 작가의 전성기 시절 작품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고 ‘디렉터’의 역할을 하는 것이 작업의 콘셉트인 작가도 있다. ‘자수 작가’로 유명한 한 여성 작가는 자신은 원안 이미지만 제공하고, 자수를 새기는 건 북한 노동자들이 한다. 분단 현실을 담은 작업 프로세스 자체가 작업의 골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플라토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중국 유명 작가 리우 웨이는 공장에 30여명의 조수를 두고 일한다고 말했다. 자신은 인터넷에서 원안 이미지를 추출하고, 캔버스에 칠을 하는 것은 이 조수들이다.

조씨의 경우 그동안 대작 작가, 즉 조수와의 협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트레이트 마크인 ‘화투패’ 그림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여기에 대해서는 송씨 역시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은 상태다.

결국 대작을 어느 선까지 법적으로 해석할 것인지가 이 사건의 관건이다. 만약 협업 과정에서 대금 지불 등 계약 위반 사항이 있었다면 이에 상응하는 처벌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조수가 있다고 사전에 밝힐 ‘의무’가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를 두고 비난하기는 힘들다.

“대단치도 않은 화투패 그림”이라고 비평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지금 시점에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법적인 문제는 법적인 틀에서 해결해야 한다. 도의적인 문제는 작가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작품과 제품 사이에서 영혼을 판 것은 아니었는지. 만약 그랬다면 자신의 작품을 사 줬던 컬렉터는 물론, 대중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

▶유상무 성폭행 사건…그는 정말 희대의 바람둥이인가=개그맨 유상무가 성폭행 사건에 휘말렸다. 지난 1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모텔에서 일반인 여대생 A씨와 투숙해 성관계를 시도했다가, A씨가 성폭행으로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다.

A씨는 5시간 만에 고소를 취하했다가 다시 고소했다. 유상무는 “여자친구였고, 술에 취해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A씨는 유상무와 지난 15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사이로, 17일 tvN의 ‘코미디빅리그’ 녹화 현장을 구경시켜 준다고 초대해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21일 자신이 진짜 여자친구라고 주장하는 여성 B씨가 등장하면서부터 더 커지기 시작했다. B씨는 한 인터넷 연예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유상무의 여자친구라면서, 여대생 A씨와 같은 방식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됐고, 고소 사건이 생기기 직전까지도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미팅이 있다던 그날 다른 여자와 있었다. 그 사람의 연기에 속아 넘어간 자신이 너무 바보 같다”며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연예매체는 “B씨가 유상무와 카카오톡으로 주고 받은 대화를 재구성했다”며 시간대별로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유상무와 B씨는 대화를 통해 “자기야 보고싶다” “내 여자야 넌” “사랑한다” 등의 밀어를 나눈 것으로 돼 있다.

이 매체가 ‘재구성’한 대화 내용만 보면 유상무는 거의 희대의 ‘바람둥이’다. 역시나 온라인 여론은 들끓었다. 대부분이 거친 비난 여론이다. 그 와중에 “무슨 큰 죄를 저질렀다고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저렇게 까여야 하나. 나도 여자지만 진짜 이해가 안 된다”, “결혼도 안 했는데 여러 여자를 만나는 게 왜 문제인가”라는 반응도 있다.

유상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식지 않는 이유는 그가 그동안 자신의 이미지를 ‘바람둥이’로 구축해놓은 탓도 있다. 유상무는 개그우먼 김지민과의 열애와 결별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여자친구와 사귀면서 바람을 피운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등 바람둥이 캐릭터를 스스로 상품화해 왔다.

실제로 그가 ‘바람둥이’이든 아니든, 법적으로 처벌할 내용이 확실하게 드러난 건 아직까지 없다. 그러나 그에 대한 여론 재판은 ‘유죄’로 판결이 나는 모양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유상무 출연분에 대한 편집, 녹화 취소 등을 결정했다. 예정된 제작발표회가 취소되거나 첫 방송이 잠정 연기된 프로그램들도 나오고 있다. 사건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실상 ‘방송 하차’가 결정된 셈이다.

‘외개인’은 4회까지 촬영을 마친 상태지만 22일 예정된 촬영 일정은 취소됐다. tvN ‘코미디 빅리그’ 제작진도 오는 24일 녹화부터 유상무 없이 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