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은 뭐 그냥 뭐…. 담담합니다. 그냥 뭐…. 차분하다는? 조금, 음…. 그러니까 피해를 당한 유가족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 그리고 이제 뭐…. 사망한 그…. A양에게는 개인적으로 원한 감정은 없기 때문에…. 어쨌든 뭐 희생이 됐기 때문에…. 좀…. 쩝…. 개인적으로는 좀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은 가지고 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24일 오전.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모(34) 씨는 현장검증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한참을 망설이다 처음 입을 열었다. 1분도 되지 않을 짧은 말 안에는 제대로 끝맺음되는 문장이 없었다. ‘음’과 ‘쩝’, ‘조금’과 ‘뭐’…. 군말들 사이에 이해되지 않는 말들 투성이었다.
“담담하다”는 김 씨의 눈동자의 초점은 흔들리고 있었다. 자리다툼에 나선 취재진의 고성에 움찔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씨의 말은 사건 현장의 빗소리, 경찰의 호각 소리, 기자의 카메라 소리에 섞여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김 씨의 말을 다시 정리하고자 당시 녹음 파일을 재생시켰다. 개인적인 원한은 없는데 왜 살해했다는 건지, 피해 유가족에게는 왜 갑자기 죄송하다는 건지, 희생은 자신이 시켜놓고, “어쨌든 뭐 희생이 됐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미안하고 송구스럽다? 그 무엇 하나 이해하기 어려웠다.
김 씨의 행동과 말 만큼이나, 지난 10일간 강남역 10번 출구와 온라인 세상 역시 이해하지 못할 영역으로 남았다. 늘어선 추모 화환과 포스트잇을 옆에 두고 벌어지던 말싸움들. 페이스북에 퍼진 글들. 사회학, 심리학 교수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범죄학자들의 말을 모아 봤지만 ‘묻지마’와 ‘성(性) 혐오’, 공공화장실과 정신질환자 사이에서 그만 ‘길’을 잃었다. 그 무엇 하나 명쾌하지 않았다.
26일 김 씨는 검찰로 송치됐다. 지난 17일 사건이 벌어진 지 열흘 만이다. 우리 사회는 어쩌면, 자신도 이해 못 할 살인을 저지른 김 씨를 가운데 두고 10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며 물고 뜯기만 했던 것은 아닐까. 이해하지 못할 것을 이해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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