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가요계는 유독 ‘여혐’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성 혐오로 대표되는 이른바 ‘김치녀’, ‘된장녀’ 프레임을 가져와 이를 재생산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성적인 가사로 여성의 특정 부위를 비하하는 등 여성에 대한 폭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을 담고 있는 가사도 문제가 되고 있다.
▶여자들은 다 ‘된장녀’, ‘김치녀’?=성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여성을 허영심 많은 속물의 대상으로 그린 가사도 타깃이 됐다. Mnet의 또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 ‘슈퍼스타K’가 낳은 중식이 밴드도 여혐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4월 선거를 앞두고 정의당이 중식이 밴드 노래를 공식 테마송으로 정하면서부터다. 여혐 논란과는 거리가 먼 노래들이 테마송이 되긴 했지만 문제가 된 건 중식이 밴드의 ‘야동을 보다가’와 ‘선데이 서울(Sunday Seoul)’ 등의 노래였다.
특히 ‘선데이 서울(Sunday Seoul)’은 ‘빚까지 내서 성형하는 소녀들/빚 갚으려 꿈 파는 소녀들/빨간 집 붉은빛이 나를 울리네’라는 가사로 논란이 됐다. 성형을 위해 빚을 내고 몸을 판다는 논리로 여성들을 허영심 많은 존재로 폄하해 일반화하는 소지를 안고 있다.
‘좀 더 서쪽으로’는 한술 더 뜬다. ‘넌 비싸 보이기 위해 치장을 하고 싸구려가 아니라 말한다/난 말이 통하게 명품을 줘도 쉬운 여자 아니라 말한다’라는 가사다. 비슷한 여혐 프레임을 가지고 나온 여성 래퍼로는 여성 래퍼 제이스와 키썸이 있다. ‘성에 안 차’라는 노래에 ‘다 똑같이 생겼지/하나같이 꼭두각시/남자들을 물로 보지/우렁각시 코스프레 하면서/등골 쪽 빠는 거머리/니네 덕분에 진짜배기는/진절머리가 나’라는 가사를 담았다. 이 두 곡 모두 대표적인 여혐인 ‘된장녀’ ‘김치녀’ 프레임을 재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도 비슷한 여혐 프레임의 가사로 논란이 됐다. ‘그래 넌 최고의 여자, 감질/쏘(so) 존나게 잘해 갑질/아 근데 생각해보니 갑이었던 적 없네/갑 떼고 임이라 부를게. 임질’ 방탄소년단 랩몬스터의 ‘농담’이란 곡의 랩 가사다. 여성이 갑질을 한다는 논리에 이어 성병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 ‘임질’이란 단어를 썼다.
▶성적인 랩 가사, 여혐 넘어 ‘성적 폭력’=특히 힙합 장르에서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 대상화 하는 랩 가사로 문제가 됐다. 지난해 성황리에 방송되던 Mnet ‘쇼미더머니4’에 출연한 래퍼들의 성적인 가사가 불씨를 지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블랙넛이 그 선구자 격이었다.
‘JK 마누라 껀 딱히/내 미래에 비하면 아스팔트 위의 껌딱지 (중략) 매일 밤 여자 아이돌의 팬티를/걔가 원해서 먼저 지갑에서/꺼내게 할 거야 모텔비를 (중략) 너흰 걍 여자들 바지 위 파인/도끼자국처럼 질-식사해.’ 블랙넛이 지난달 6월 발매한 ‘No Diss’ 앨범에 수록된 노래 ‘하이어 댄 이센스(Higher Than E-Sens)’라는 곡의 가사다. 껌딱지, 도끼 등의 단어로 여성 특정 신체부위를 비하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졸업앨범’이란 곡에는 ‘걸레가 된 내 동창의 xx와/그걸 맛나게 xx있는 그 새끼가 보인다’라는 가사에서 여성들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인 ‘걸레’를 여성의 성기에 사용하고 있다. 강간 행위를 그대로 담은 가사는 점입가경이다. ‘쌀 때까지 참아/거세게 저항하는 그녀의 몸을 붙잡아/난 더 쾌감을 느껴 기왕 이렇게 된거 난 끝까지 즐겨/그리고 xxxx 후에 그녀를 죽여’라는 가사다. 여성을 강제로 성폭행 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방송은 끝났지만 올해 3월에 낸 ‘ㅍㅍㅍ’란 앨범 수록곡에도 여성을 대상화 하는 성적인 가사가 담겨 있다.
아이돌 그룹 위너의 송민호도 작년 ‘쇼미더머니4’ 출연 당시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가사가 도마위에 올랐다. 여성이 아이를 낳는 모습을 성행위에 비유한 것으로 질타를 받았다. 이 외에도 ‘남잔 주먹이고 여잔 보지’(한해), ‘넌 속사정하지만 또 콘돔 없이 때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 난자같이’(이현준), ‘난 편식 안 해 김태희처럼 비위가 좋아’(서출구) 등의 가사가 거침없이 전파를 탔다. 여성의 특정 성기를 비하 하는 말은 기본 성행위를 철저히 남성적 시각으로 바라본 가사는 ’여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유독 힙합에서 여혐 논란이 된 랩 가사가 많았다. 이에 힙합의 문화라고 해명하거나 ’쎈 척‘, ‘스웨그’, ‘허세’라고 치부하는 목소리도 있다. 힙합은 60년대 미국 흑인사회에서 약자와 소외된 자의 울분을 특유의 정제되지 않은 거친 언어로 표현하면서 태동하게 된 건 맞다. 이에 MC 메타는 “힙합은 애초에 저항정신이었다. 디스와 허세가 아니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당시 ’쇼미더 머니‘를 비롯한 힙합계에 디스전과 여성 비하적 표현이 난무하는 데 대한 일침이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힙합이라는 건 가난한 흑인들에게 탄생을 했던 거고 그 과정에서 ’스웨그‘ 등의 이유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로 삼고 비하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된 것”이라며 “그걸 한국이 힙합을 받아들이면서 그런 것까지 수용을 해야 하냐는 문제가 있다. 여성 비하를 비롯한 거친 언어들이 힙합의 탄생의 배경적인 한계인건 사실이지만 여성의 성적대상화를 고스란히 답습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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