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삼매경’ 빠져 보행자사고 일으키는 이들 많아 -‘스마트폰+좀비‘ 합성어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 -부모들은 큰 걱정…“보행중 폰사용 제재” 의견들 -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 교통사고 4년새 2배 증가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이젠 스마트폰이 보행자들의 ‘주적’이 됐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점점 늘어나 ‘스마트폰 좀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아직 시민들의 인식은 부족한 상황이다.

덤프트럭 운전일을 하는 배기욱(36) 씨는 최근 서울 성동구의 한 교차로에서 운전 중 큰 사고를 낼 뻔했다. 신호를 따라 좌회전을 하는데 한 보행자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다. 배 씨가 깜짝 놀라 차를 세우면서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오히려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는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갈 길을 갔다. 배 씨는 “경적을 울려도 이어폰 때문에 못 듣는 사람이 많다”며 “요즘에는 차 사고보다 보행자가 더 무섭다”고 했다.

주부 김성희(45) 씨도 “길거리를 가다보면 스마트폰에 빠져 횡단보도를 보지 않고 건너는 청소년이 많은데, 혹시 우리 딸이 그러지 않을까 너무 걱정된다”고 했다.

실제로 길거리를 나가보면 상당수 보행자의 시선은 스마트폰에 고정돼 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걷다 보면 연석에 발이 걸리거나 자신도 모르게 무단횡단을 하기도 한다. 이어폰을 꽂고 걷는 경우에는 자동차 경적소리조차 듣지 못하는 때도 있다. 이처럼 길거리 스마트폰 보행족은 흔한 풍경이 됐다.

최근 교통안전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보행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최근 4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2011년 624건이던 스마트폰 관련 보행자 교통사고 건수는 지난해 1360건까지 증가했다. 보행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성인의 95.7%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21.7%는 실제로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차량 사고 뿐 만이 아니다. 연석이나 경계석 등에 부딪혀 상처를 입는 경우도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조모(35) 씨는 “아이가 유치원생인데 스마트폰을 쥐여줬더니 화면만 보고 가다가 경계석에 부딪혀 머리를 다친 적이 있다”며 “미리 교육을 했어야 했는데, 스마트폰이 이렇게 위험한 줄 몰랐다”고 했다.

문제는 사고 건수는 점점 늘고 있는데 시민들의 인식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보행 중에 스마트폰을 이용하다 보니 문제의 심각성 역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느라 도로 위 다른 위험에 대해 반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허억 가천대 안전교육연수원장은 “사고 비율과 비교하면 아직 시민들의 인식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캠페인 등을 통한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물리적 대응책 마련보다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해외에서는 스마트폰(Smart phone)과 괴물 좀비(Zombie)를 붙여 스몸비(Smombie)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일부 주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경우 최대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횡단보도 앞에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라는 문구를 붙인 곳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이미 문제를 인식한 해외의 사례에 비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성래 교통사고평가분석연구원 연구사는 “최근 보행자 사고 중 대부분은 휴대전화가 원인”이라며 “독일처럼 횡단보도 앞바닥에 LED 등을 다는 등의 조치 등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