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목포)ㆍ이지웅(안산) 기자] 세월호가 침몰한 지 벌써 보름. 더디게 들려오는 시신 인양 소식에도 실종자는 어느새 100명 아래로 줄었다. 시신이나마 찾은 유족들은 하나둘 진도를 떠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 실내체육관은 고통스런 정적만 깊어간다. ‘아이를 한번만이라도 안아볼 수 있기를….’ 아직 차가운 바다 속에 가라앉은 자식을 건져내지 못한 부모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닿고 있지만, 누구의 그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결국엔 타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미 자식의 시신을 찾아 집으로 돌아온 유족들이 다시 진도로 향한다. 함께 아파하기 위해.
단원고 유가족대책위원회는 “5월 1일 진도 팽목항으로 돌아간다”고 30일 밝혔다. 대책위는 지난 29일 숨진 단원고 학생 110여명의 유족들이 모인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방문은 대다수 유족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김형기(51) 대책위 공동대표는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같이 하고자 한다”며 “물에 잠겨 있는 애들을 어떻게 하면 빨리 구해줄 수 있는지 힘을 더 싣기 위해 가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가 집약적으로 표출된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마음 속에 커다란 죄책감을 남겼다. 유족들 역시 같은 짐이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여기에 끝까지 아픔을 함께 하지 못하고 먼저 자식의 시신을 수습해 돌아왔다는 미안함이 더해졌다. 김 대표는 “저희가 죄인”이라는 말을 남겼다.
유족들은 또한 현지 관계자들을 만나 실종자 수색 방안에 대해 직접 듣고 작업속도를 더 높여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세월호 사건의 유족 뿐만이 아니다. 4년 전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 20여명(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 역시 30일 진도를 방문해 3박4일간 머무르며 자원봉사를 한다. 이들은 청소하고 빨래하는 허드렛일에서부터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분노하고 아파하는 일까지, 실종자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한 유족은 “실종자 가족의 애끊는 심정을 이미 겪어본 사람으로서 헤아릴 수 있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자원봉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정국 전 천안함 유족협의회 대표는 정부의 무능하고 어설픈 구조 작업을 지적하며 “국민들이 과연 대한민국을 믿을 수 있겠냐”면서도 결국엔 “실종자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천안함 유족들은 이러한 공감과 위로가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힘이 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천안함 유족’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했다. 이 대표는 “손을 한번 잡아 드려도 정치인이 잡는 손하고 저희들이 잡는 손하고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뿐”이라며 “우리를 드러내는 어떤 활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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