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인천)=조범자 기자] 다섯살 난 딸에게 늘 미안한 엄마였다. 연습장에 가느라 유치원에 데려다 주기도 힘들었고, 대회 땐 주말마다 며칠씩 집을 비워야 했다. 그래도 “엄마 굿샷 하고 와도 돼?” 하면 “대신 빨리 와야 해~” 하며 밝게 손흔들어 주던 사랑스러운 딸이다. 1년 365일 미안했던 엄마가 오늘은 딸 그레이스에게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엄마가 됐다.
‘신데렐라’에서 ‘엄마골퍼’로 돌아온 안시현(32)이 12년 만에 감격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안시현은 1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 유럽·오스트랄아시아 코스(파72)에서 벌어진 기아자동차 제30회 한국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버디 4개를 낚고 보기는 1개로 막아 3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이븐파 288타를 기록, 디펜딩챔피언 박성현(23)을 1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통산 2승째이며 메이저대회 우승은 최초다. 우승상금은 2억5000만원.
지난 2003년 국내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나인브릿지 클래식서 우승해 LPGA 투어로 진출, 이듬해 신인왕에 오른 안시현은 2011년 결혼과 동시에 필드를 떠났다. 방송인 마르코와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딸 그레이스를 낳은 후 2012년 이혼한 안시현은 골프로 다시 일어섰다. 2013년, 까마득한 후배들 틈에서 치른 지옥의 KLPGA 투어 시드전으로 돌아온 안시현은 2014년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오픈서 준우승하며 ‘신데렐라’의 화려한 컴백을 예고했다. 하지만 우승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2014년 상금랭킹 32위(1억3654만6000원), 2015년 상금랭킹 42위(1억3655만6403원)이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안좋았다. 이 대회전까지 상금랭킹은 60위(3239만원). 지난주 에스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서는 컷탈락하며 “골프에 회의가 들었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벼랑 끝에서 기적을 만났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나선 이번 대회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안시현은 “우승할 줄 몰랐다. 욕심 안내고 차분하게 경기했던 게 우승 요인이 된 것같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감은.
▶우승할 줄 몰랐다. 준비도 안했고 정체기여서 욕심안내고 차분히 했던게 우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거같다. 우승한 순간 끝끝내 물고 늘어져서 드디어 해냈구나 한 느낌이 들었다. 우승 순간엔 안울었고 시상식 때 좀 울었다.
-16번홀 15M 버디퍼트에 성공한 게 컸다. 우승 예감 했는지.
▶우승예감까지는 못했지만 뭔가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아, 이제 됐다. 편하게 갈 수 있겠다, 하는 느낌.
-현역 생활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부상 없이 몸 관리만 잘 한다면 오래할 수 있을 것같다. 어느 순간 골프가 내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내년 LPGA 기아클래식 출전권을 따냈는데. 우승하면 다시 미국 진출할 계획인가.
▶미국? 그건 잘 모르겠다.(웃음)
-코스 세팅이 어려웠는데, 오랜 기간 투어 생활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나.
▶당연하다. 신인 선수들보다 바람도 더 많이 맞았을 거고 더 어려운 핀 위치, 더 긴 러프도 경험해 봤을 것다. 어디는 피해야 하고 어디는 공격해도 되겠다는 게 있다.
-투어에 복귀한 후 언제 가장 힘들었는지.
▶3주 전 회의감이 들었다. 더 선수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이젠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 얼굴을 보고 이러면 안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좋은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있어서 다시 힘을 얻었다.
-2003년 첫 우승(CJ나인브릿지 클래식)과 오늘 우승을 비교하면.
▶오늘 우승이 더 값지다. 그땐 잘 모르고 공만 쳤다. 지금은 마음고생을 많이 한 뒤 거둔 우승이다 보니까 더 와닿는다.
-갖고 싶은 타이틀이나 목표한 승수가 있는지.
▶타이틀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그런 데 가둬 두면 스트레스가 크더라. 매 대회를 어떻게 즐기고, 힘들 땐 이 상황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중요하다. 올해 우승 한번 하는 게 목표였는데, 우승했다.
anju1015@heraldcorp.com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