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 대선·브렉시트 국민투표…러 개입 의혹 美·英 국내문제에 발목…푸틴은 중동영향력 확대
국경 장벽 건설 예산으로 사상 최장 기간의 셧다운(ShutDownㆍ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미국과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영국의 정치적 혼란으로 러시아의 국제적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과 영국의 혼란상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겐 호재라는 것이다. 최근 미국언론이 보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시도와 영국의 브렉시트로 인한 서방의 전통적인 동맹의 약화도 러시아에겐 기회다.
더구나 양국의 정치적 혼란의 원인이 되고 있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모두 러시아는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두 개의 중요한 투표 결과가 원인이 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정치적 혼란은 유럽은 물론 구 소련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푸틴 대통령에게 좋은 기회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CNN방송은 ‘미국과 영국의 혼란이 푸틴 대통령에게 또다른 좋은 날을 제공하고 있다’며, 미국의 셧다운과 영국의 브렉시트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 배경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먼저 최근 미국에선 국경 장벽 예산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치킨게임으로 26일간의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80만명에 이르는 연방 공무원의 무급 사태로 이어지고 있으며,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지지를 바탕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비롯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과정에서 러시아의 개입했다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2016년 당선 이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적어도 5번의 직접 대면 미팅이 있었으며, 9번의 전화 통화가 있었다는 점을 집중 보도했다. 특히 2017년 독일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통역관의 노트를 가져갔으며, 대화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말 것을 지시하는 등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숨기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러시아 관련 조언을 담당했던 앤드류 W 웨이스는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자신의 팀원에게 정보를 숨기려 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백악관 팀이나 행정부와 푸틴 대통령과 나눈 이야기와 관련해 언급하고 싶지 않은 부분은 미국의 국익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내용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트럼트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둘러싼 미국 정치의 혼란은 푸틴 대통령의 주요 성과라고 CNN은 분석했다.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으로 최소한 2년간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러는 사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시라아 내전 개입 등 중동에 정치적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지적이다.
CNN방송은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쇠퇴한 경제력에 대한 서구의 경멸을 물리치고 구 소련 세력권에서 영향력을 재확립하기 위해 나쁜 영향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역시 러시아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둘러싼 혼란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정국 혼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양 국의 위기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메이 총리의 정치적으로 유사한 성향도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인 포퓰리즘을 바탕으로 집권한 이들은 자신들의 지지 세력과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국경 장벽 건설과 브렉시트라는 선거 공약과 투표 결과의 이행을 고집하고 있다.
CNN방송은 “2016년 국민 투표에서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의견이 약간 많았다”며 “하지만 영국 국민들은 EU를 어떻게 떠날지에 대한 모아진 의견이 없으며,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EU에 지금 그대로 남아 있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70년간 서방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온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의 선거 개입 속에 혼란을 겪고 있으며, 양국 정치 지도가의 포퓰리즘적 성향이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미군의 시리아 철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영향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도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