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추모식서 “현장서 구조활동, 소방관 2명이 날 옮겼다” 주장에도
NYT·팩트체크 기관 “뒷받침할 근거 없어”
전직 뉴욕소방국 부국장 “현장서 트럼프 본적 없다”
빈라덴 사전경고·무슬림 환호 등 주장도 사실과 달라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9·11 테러 25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사와 관련된 주장을 펼쳐 논란이 되고 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9·11 테러 당시 상황과 자신의 행적을 종종 회고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주장을 반복해왔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인근 엘립스 공원에서 열린 ‘미국을 가로지르는 강철’ 행사에서 “건물이 우리 위로 무너질 것 같았고, 크고 힘센 소방관 두 명이 내 겨드랑이를 붙잡고 ‘여기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며 9·11 테러 당시를 회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들이 말 그대로 나를 들어 올리고 달리기 시작했다”며 “내가 ‘나도 직접 뛸 수 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참사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에서 대형 건물의 공사 현장에 있었으며, 테러가 발생하자 공사 인력을 이끌고 세계무역센터(WTC) 인근으로 내려갔다고도 했다. 그는 “US스틸 빌딩이 심하게 삐걱거렸고, 우리는 건물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현장이 매우 위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고 현장에서 소방관 2명이 자신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NYT는 짚었다.
“인력 데리고 현장 찾았다” “WTC 붕괴 후 내 건물이 가장 높아”…대부분 사실 관계 틀렸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9·11 테러 이후 자신이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였다는 주장을 여러차례 반복해왔다. 자신이 건설 인력을 데리고 로어맨해튼으로 내려가 현장 정리 작업을 도왔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다만 당시 복구 현장에서 활동한 일부 관계자들은 이 같은 설명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뉴욕소방국(FDNY) 부국장을 지낸 리처드 알레스는 지난 2019년 NYT 인터뷰에서 “나도 현장에서 몇 달을 보냈지만 트럼프를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당시 그는 민간인이었고, 어떤 역할을 할수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 역시 시점과 내용에서 맞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유세 영상에선 “WTC 붕괴 며칠 뒤 공사 인력을 데리고 옛 US스틸 빌딩인 원리버티플라자를 찾았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추모식에서는 테러 직후 곧바로 현장에 내려간 것처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9·11 테러 당일 발언도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1년 9월 11일 한 방송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소유한 40 월스트리트가 WTC 붕괴 이후 로어맨해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맨해튼 도심에서는 약 한 블록 떨어진 70 파인스트리트가 40 월스트리트보다 높아 사실과는 다르다고 영국 가디언은 짚었다.
또 2001년 9월 18일 촬영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은 이후 그가 수백명의 인력을 데리고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그라운드제로’에서 희생자 수색 작업을 도왔다는 주장이 온라인에 확산된 바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편집장 출신이자 ‘트럼프네이션 : 도널드가 되는 기술’을 집필한 티머시 오브라이언은 “당시 트럼프오거나이제이션이 현장에 보낼 수 있는 인력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 트럼프오거나이제이션에서 건설 담당 수석부사장을 지낸 바버라 레스는 “트럼프가 실제 현장에 있었고 소방관과 긴급구조요원들의 도움까지 받았다면 다음 날 NYT 1면에 실렸을 것”이라며 “그는 반드시 그렇게 만들었을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9·11 테러에 무슬림들 환호” “오사마 빈라덴 사전 경고”…모두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과정에서 2001년 9·11 테러 당일 뉴저지주 저지시티에서 “수천, 수천명”의 무슬림 미국인들이 테러를 보고 환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워싱턴포스트(WP)와 팩트체크닷오알지, 폴리티팩트 등 여러 팩트체크 기관이 검증한 결과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9월 무슬림인 민주당 소속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이 9·11 테러 기념일에 춤을 췄다는 설명이 붙은 영상을 재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민주당의 새로운 얼굴!”이라는 글을 덧붙였다.
그러나 CBS뉴스는 해당 영상이 9월 11일에 촬영된 것이 아니며, 오마르가 미 의회 흑인 코커스가 주최한 행사에서 춤추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출간한 ‘우리가 누릴 자격이 있는 미국’에서 알카에다 지도자이자 9·11 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라덴을 언급한 사실을 근거로 자신이 테러를 사실상 미리 경고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그는 2018년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은 오사마 빈라덴을 훨씬 전에 잡았어야 했다”며 “나는 세계무역센터 공격 직전에 출간된 내 책에서 그를 이미 지목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가디언은 “당시 빈라덴은 이미 미국 사회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며 “알카에다는 9·11 테러가 일어나기도 전인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 폭탄테러를 일으킨 상태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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