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8월 1만580건…지난해 연간 추월

강제경매 소유권이전 10건 중 8건 수도권

강서·미추홀 등 빌라 밀집지역서 두드러져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다세대 주택들의 모습. 이상섭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다세대 주택들의 모습.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윤승현·김희량 기자] 올해 들어 수도권에서 집주인의 채무 문제로 강제경매에 넘어가 새 주인을 찾은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이 급격히 늘었다. 올해 8월까지 집계된 건수만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다. 2022년 발생한 ‘빌라왕’ 사태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경매 절차에 나선 뒤, 수년의 시차를 두고 매각과 소유권 이전까지 이어진 영향이다.

1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도권에서 강제경매로 매각돼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집합건물은 총1만580건이었다. 이미 지난해 연간(1만328건) 규모를 넘어섰다. 전국적으로도 같은 기간 1만3224건이 접수돼 지난해 전체 수치(1만3445건)에 육박했다.

강제경매는 통상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법원의 판결 등을 받아 집주인의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경매 절차를 거쳐 부동산이 매각되면 낙찰자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등기 신청이 이뤄진다.

강제경매 등기 신청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올해 1~8월 전국 신청 건수 가운데 수도권 비중은 80%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서울 4144건 ▷인천 3302건 ▷경기 3134건으로 집계됐다. 2025년에는 인천과 경기에서 각각 2862건, 3067건이 접수됐는데, 올해 8개월 만에 작년 1년치를 넘어선 것이다. 서울 역시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조만간 작년 접수 건수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과거 집값 상승기에 만연했던 깡통전세 등의 후폭풍으로 해석된다. 2021~2022년 부동산 상승기에는 매매가격과 함께 전셋값이 치솟으며 빌라 등을 중심으로 전세가율이 높은 계약이 다수 체결됐다. 이후 금리 인상·부동산 경기 침체에 집값이 큰 폭으로 꺾이자, 집을 처분해도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깡통전세’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2022년 ‘빌라왕’ 사태까지 겹치며 문제 매물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시 빌라왕들은 임대차·매매 계약을 함께 맺어 자기자본 없이 수백에서 수천 채의 빌라를 매입하는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챘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강제경매는 전세 계약 만료, 보증금 미반환 발생, 임차권등기명령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친 뒤 나타나기에 수치에 반영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며 “전부 전세사기라 볼 순 없겠지만, 연립·다세대주택이 많은 수도권 지역에서 후행적으로 지표가 표출된 것”이라 설명했다.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피해주택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물량 정리가 본격화한 점도 배경으로 풀이된다.

자치구별 통계를 살펴보면, 8월 한 달 동안 서울 강서구에서만 194건의 소유권이전 등기가 접수됐다. 외에도 인천 미추홀구(137건), 부천 원미구(80건) 등 빌라 밀집 지역에서 주로 집중됐다.

전국 건수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전국 신청 건수가 2021년 4917건에서 2025년 1만3445건으로 늘 동안, 수도권은 2314건에서 1만328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에는 1만3224건 중 1만580건이 수도권 소재였다.

수도권 비중은 2022년 52.06%에서 2023년 51.69%로 소폭 감소했으나, 이듬해인 2024년 67.84%로 급등했다. 2025년 76.81% 로 늘어난 뒤 올해 8월 누적 기준으로는 80%까지 상승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수도권에 매물 자체가 많은 데다, 비수도권에서는 매수세 감소로 소유권 이전이 비교적 덜 원활했다는 점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소유권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 집합건물 수도 여전히 많았다.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는 법원이 해당 부동산에 대한 경매 절차를 시작했음을 등기부에 표시하는 것으로, 이후 매각이 성사되면 낙찰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다. 2022년 2만3681건이었던 전국 신청 건수는 2025년 3만8525건까지 증가했다. 수도권에서는 같은 기간 1만3803건에서 2만6929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불안에 따른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 지속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양 위원은 “고금리가 장기화할 경우 임대인의 이자 부담 증가로 연체 가능성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선임연구원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금리가 올라가면 경매 건수는 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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