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나이 들수록 머리는 나빠진다’는 뇌 상식을 뒤엎는 지적이 나왔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뇌과학 전문가 스와도쿄이과대학 시노하라 기쿠노리 교수는 “뇌는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으로 나뉘는데, 결정성 지능은 나이가 들수록 발달한다”고 말했다.
▶아이와 성인의 뇌 차이=유동성 지능은 계산력과 암기력, 집중력, IQ(지능지수) 등 이른바 수험능력에 관여하는 지능을 말한다. 이 지능은 18~25세가 절정으로 이후 서서히 떨어져 40대에 접어들면 급강하한다. 성인이 된 후 10대처럼 숫자나 영어 단어 등을 암기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유동성 지능이 저하된 탓이다.
반면, 결정형 지능은 지식과 지혜, 판단력 등 경험과 함께 축적되는 지능이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성장해 60대 무렵 절정에 이른다.
아울러 “늙어서 깜박깜박한다”는 통설에는 아이와 성인의 뇌가 기억하는 방법이 다른 점도 영향을 준다.
아이의 뇌는 ‘단순 기억형’으로 단어나 숫자의 순서를 통째로 기억하려고 하면 생각이 나는 구조다.
그러나 사춘기가 지나면서 뇌의 기억방식은 ‘자아 밀접형’으로 바뀐다. 즉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것, 유용한 것, 의미가 있는 것을 우선적으로 머리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암기 자체는 힘들어지지만 사리에 맞는 이해력은 향상된다.
시노하라 교수는 “IQ가 높은 사람은 이같은 발달이 지연되면서 암기할 수 있는 기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길어진다“며 “이 때문에 수험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장자의 관리능력이 좋은 까닭=결정성 지능은 나이가 들면서 좋아지지만 그것은 단순한 지식과 경험이 꾸준히 축적돼서가 아니라 특정 시점에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모든 업무 초기에는 오로지 지식과 경험을 늘려갈 수 밖에 없지만, 어느 정도 그 양이 쌓이면 여러가지 정보를 연결시켜 각각의 지식들이 상호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 결과, 이해력이 높아지고,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며, 판단력이 빛을 내고, 관리 능력이 향상된다.
시노하라 교수는 “나이가 들면 뇌세포 자체 수는 줄어들지만 머리를 쓰면 쓸수록, 결정성 지능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뇌세포에서 나뉘어지는 가지가 많아져 네트워크 밀도가 높아진다. 즉 뇌세포끼리 손을 잡고 연동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또 이 네트워크는 도파민(쾌감이나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많을 수록 연결이 쉬워진다. 때문에 의욕과 재미를 느끼면서 머리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머리가 좋게 하는 방법이 된다.
실제로 ‘건강마작’을 하는 노인의 뇌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3살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노하라 교수는 “마작을 하면, 지적활동의 핵심인 전두엽과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측두 두정접합 부문의 활동이 왕성해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장기든 마작이든 독서든, 의욕을 고취시키고 쾌감을 주는 일이나 취미생활을 가지는 것에 뇌 발달에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