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가자지구 전쟁 발발 뒤 매달 100발 이상의 미사일이 발사되면서, 중동지역을 지나가는 민간 항공 여객기들이 극도의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각) 항공안전 평가 기업인 ‘오스프리 항공 솔루션스’(Osprey Flight Solutions‧이하 오스프리)에 따르면 올해 중동 상공을 가로지른 미사일 수가 월평균 162기에 달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일반 포탄이나 공격용 드론 등을 포함하면 중동 상공의 발사체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사와 승무원 등은 항공기가 이스라엘, 이란,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등 영공에서 실수로 미사일에 맞아 격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가한 지난달 1일에는 민간 여객기 탑승자가 창밖으로 ‘미사일떼’가 날아가는 장면을 목격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1일 네덜라드 암스테르담에서 두바이로 가는 에미레이트항공의 EK146편을 타고 가던 한 승객은 섬광이 비치는 창 밖 영상을 찍으며 “저건 불꽃놀이인가?”라고 했으나, 이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쐈던 미사일이었다. 이날 이란의 공격 계획을 알지 못한 수십 대의 민항기들은 주변에 미사일이 날아드는 위험을 견뎌야 했다. 어떤 조종사는 발사체를 맨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탄도 미사일은 민항기보다 높은 고도에서 날아가지만, 상승이나 하강 중에 큰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WSJ는 “중동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하늘의 일부에서 민간 여객기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며 “항공사 측은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경고도 받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현재 중동 영공은 개방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오스프리의 최고정보책임자인 맷 보리(Matt Borie)는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이 항공 안보보다 우선시 되고 있다”며 “분쟁 지역에서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 상황에서 민항기가 격추된 사례는 드물지 않다. 지난 2014년에는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러시아산 미사일에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20년에는 이란 테헤란 부근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여객기가 이란군의 공격으로 격추돼 탑승자 176명이 전원 숨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