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ㆍ이세진ㆍ이은지 기자] 플랫폼보다 스타, 스타보다 제작자가 우선인 시대가 됐다. 상반기 대중문화계는 작가의 손을 따라 시청자가 움직였고, 감독의 예술에 관객들이 이동했다. 방송채널은 프로그램 제작을 넘어 폭발력 있는 아이돌그룹 육성에 뛰어들었다. ‘미다스의 손’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 ‘김 작가’는 대단했다= “짧게는 2년~길게는 4년, 스타작가가 돌아오는 시즌이 돼야 드라마 시장을 호황을 맞는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스타작가를 대체할 인력이 없다는 한숨이 깊어진 드라마 시장은 올 한 해 돌아온 톱작가들로 인해 숨통이 트였다. 바야흐로 ‘작가의 시대’다.
상반기 안방극장은 두 명의 김 작가가 맹활약했다.
‘시크릿가든’, ‘상속자들’(이상 SBS)을 비롯한 숱한 한류드라마를 써낸 김은숙 작가가 돌아왔다. 지상파 드라마 시장에 기적이 일어났다. 청률 하향평준화를 거듭하는 시장에서 다시 없을 숫자(최종회 38.8%)를 기록했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 드라마가 24부작만 됐어도 50%를 넘었을 것“이라며 “뻔한 멜로라도 장르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캐릭터,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성과 전개의 힘을 더하는 작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르크’라는 가상의 땅에 파병된 군인과 의사의 사랑을 다룬 ‘태양의 후예’는 ‘재난멜로’를 표방했지만 드라마를 지탱하는 힘은 오로지 ‘멜로’였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멜로강박증은 지상파 드라마의 고질병으로 꼽혔지만 이 드라마는 멜로로 승부하니 그것에 대한 강박을 벗을 수 밖에 없다”며 “‘태양의 후예’는 김은숙 작가의 장기가 극대화된 드라마”라고 말했다.
또 다른 김 작가는 tvN ‘시그널’을 쓴 김은희 작가다. “장르물의 시조새”가 되겠다는 이야기를 할 만큼 김은희 작가는 그간 천편일률적 멜로물이 판을 치는 시장에서 ’장르물‘을 고집해왔다. tvN ‘위기일발 풍년빌라’(2010)를 시작으로 ‘싸인’(2011)도, ‘유령’(2012), ‘쓰리데이즈(2014)’로 이어지며 한국형 수사물을 꾸준히 집필했다.
김은희 작가는 “수사드라마는 자료조사와 취재력이 바탕하지 않으면 허술해진다”며 스스로 ’노력형 작가‘라고 설명한다. ‘시그널’은 준비기간만 무려 2년이었다. 미제사건을 소재로, 그 사건에 접근하는 매개를 ‘무전기’로 삼아 과거와 현재를 연결했다. 수사물에 난데없는 ‘비논리적 영역’이 등장했지만, 이 요소로 인해 드라마는 ‘희망’과 ‘권선징악’의 주제의식을 전달할 수 있었다.
▶박찬욱ㆍ나홍진, 이들이 있어 참 다행이네요= 상반기 영화계는 두 ‘거장’ 감독들의 건재를 확인했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 나란히 공식 초청되며 새 영화의 작품성은 일찍이 인정받았고, 국내 흥행도 뒤따랐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이 먼저 잔잔했던 극장가에 큰 돌을 던졌다. 5월12일 개봉한 이 영화는 한달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도 박스오피스 10위 안을 지키며 ‘롱런’ 중이다. 23일까지 683만 관객을 모았다. 흥행도 흥행이지만, ‘곡성’은 관객들의 자발적인 ‘해설’들을 숱하게 낳으면서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를 준 영화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이렇게 즐겁게 영화 이야기를 한 적이 언제였던가”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허지웅 평론가도 한 칼럼에서 “무언가 같은 영화를 보고 갑론을박하고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즐거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의 흥행도 흥미롭다. 박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500만 이상) 이후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의 영화에서 평균 200만~300만 명 정도의 성적을 거둬 왔다. ‘아가씨’는 개봉 23일째 390만 관객을 모으면서 4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 한국 영화로는 드물게 상업영화에 레즈비언 소재를 용감하게 도입했지만, 관객들의 외면을 받지 않은 것은 ‘박찬욱’이라는 이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찬욱ㆍ나홍진 두 감독의 선전에 대해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최근 한국영화가 많이 위축됐었지만 작가주의 계열의 장르 영화감독들이 아직까지 기량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 반갑다”고 평가했다.
▶‘IOI’ 제작자에 빛나는 Mnet ‘프로듀스 101’= Mnet은 방송 채널을 넘어 가요계도 주무르는 권력으로 성장했다. 다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채널이 가진 힘을 발위하더니, 아예 아이돌 제작까지 겸하게 됐다.
상반기 화려하게 데뷔한 걸그룹 ‘아이오아이(IOI)’의 모태는 Mnet ‘프로듀스 101’이다. 지난 1월 첫 방송을 시작해 각 소속사 연습생인 백 한 명의 소녀들을 모아 경쟁을 붙였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곧 시청률 4%대를 찍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여기에서 최종 선발된 멤버 11명은 4월 방송을 마치고 5월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첫 데뷔 걸그룹으로는 이례적으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큰 규모의 쇼케이스를 가졌다. 그 어떤 제작자의 걸그룹보다 초반 큰 주목을 받았던 건 대국민 투표로 뽑힌 선택된 11명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이오아이는 Mnet에서 선발됐음에도 불구 지상파 방송과 더불어 다른 비지상파 예능에 출연해 활발한 방송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Mnet이 본격 제작자로 나섰다. ‘프로듀스 101’의 남자 버전이라 할 수 있는 Mnet ‘소년 24’를 론칭해 첫 방송을 마쳤다. 이번에는 연습생이 아니라 Mnet이 주최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49명의 연예인 지망생들로 서바이벌이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최종 선발된 6명의 소년들은 아이돌 그룹으로 전격 데뷔하게 된다. 방송 이후에는 유닛으로 공연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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