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오화석·임지은의 해외인턴기

최근 법무부가 법학전문대학원장의 검사 추천안을 유보하면서 논란이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로스쿨을 둘러싼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3월에는 지난 2009년 25개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1500명의 로스쿨 1기생이 변호사시험을 앞두고 있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잡음 속에서도 다양한 인턴 경험과 커리큘럼을 소화하면서 법조인으로서의 역량을 쌓아가며,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로스쿨생의 해외인턴 체험기를 소개한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오화석

佛변리사 방한강의 계기 렌로펌서 한달간 유급인턴

상표파트서 IP법체계 분석…평소 불어공부 실력 발휘

운좋게도 급료·점심식사 쿠폰 등 많은 혜택도

유럽서 지적재산권 전문변호사로 활약하고파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2기생인 오화석(34) 씨는 입학 당시부터 매학기 특성화 분야인 지식문화법 분야의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방학을 이용한 해외인턴십에도 관심이 있어 올해 1월 이 분야에서 인턴십을 위해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방콕에서 온 프랑스 변리사의 지적재산권 관련 영어 강의를 듣게 된 것이 계기가 돼 이 변리사를 통해 Vidon IP and Law Group 본사에 유급인턴십을 추천받았다. 프랑스 서부에 위치한 인구 80만의 도시 렌(Rennes)에 본사를 둔 이 로펌은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전반적인 법률서비스를 담당하면서 특히 정보통신 분야에서 프랑스 내에 명성이 높다. 패트리스 비돈(Patrice Vidon) 대표변리사는 프랑스특허변리사협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프랑스 내 명성이 높은 로펌 중의 한 곳이다.

오 씨는 지적재산권 전공인 지도반 교수와의 추천을 받고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류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이력서를 제출한 지 하루 만에 본사 대표변리사로부터 오 씨가 원하는 바를 모두 담은 영문계약서를 직접 작성해 보내라는 내용의 e-메일 회신을 받았다. 오 씨는 “계약서 제안단계에서부터 변리사님에게 선발평가를 받고 있다는 강한 느낌이 들었고, 과거 독일정부 기관인 DAAD(독일학술교류처)에서의 2년간 인턴경험을 바탕으로 시간당 급료(hourly charge)를 직접 제안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노동법상 주당 근무시간이 35시간이므로 4주간의 총액이 다른 유럽 학생인턴들에게 법정지급되는 액수보다 곱절 이상 많았기 때문에 프랑스 노동청으로부터 노동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왜 유럽학생을 제치고 한국 로스쿨생이 채용돼야 하는가를 꼼꼼하게 증명해야 했다. 마침내 12월 22일 노동청으로부터 한 달 동안 일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총 4주간의 인턴십 동안 첫 3주는 렌 본사에, 나머지 1주는 파리사무소에 배치됐다. 유급인턴이어서 별도의 교육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됐지만, 3주간의 본사 근무를 통해 로펌의 전반적인 업무와 조직문화를 익히고 나머지 1주 동안은 파리에서 본격적으로 혼자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렌 본사에서의 근무는 주로 상표파트에서 한ㆍ중ㆍ일 IP법체계에 대한 비교분석 리포트, 한국 IP 관계 문헌 번역 및 한국 파트너 변리사 사무소와의 특허출원 업무 회신 등이 주요업무였다. 비교분석 리포트와 번역 관련 업무지시는 Patrice Vidon 대표변리사로부터 직접 받았고, 업무경과는 회사 e-메일로 보고했다. 2, 3명의 팀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개인 번역과제, 긴급한 요청사항을 처리하다 보니, 한참 일이 많을 때는 두 대의 회사 컴퓨터와 1대의 개인노트북으로 식사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3시간을 일해야 겨우 주말을 쉴 수 있었다.

대표변리사로부터의 공식적인 서신교환 및 업무지시, 번역물 및 분석리포트 작성은 영어로 진행됐다. 문제는 3명 이상의 팀으로 일할 때 불어만 구사하는 팀원으로부터는 서로 불어로 e-메일을 주고받을 때도 있기 때문에 지적재산권 전문 분야의 독해 능력이 필요했다. 오씨가 귀국 후에도 프랑스어 공부를 계속해야겠다고 자극을 받은 이유이다.

한국 담당 데스크만의 독특한 점은 다른 동료들보다 출근시간이 빨라야 한다는 점이다. 오 씨는 “공식적인 업무시간상 한국과 겹치는 시간은 서머타임이 없을 때 불과 한 시간 남짓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본사 근무기간 동안 프랑스 인턴들도 2, 3명이 같이 근무했는데 프랑스의 경우 대부분 법학석사 졸업 마지막 학기에 최소 6개월의 로펌 인턴을 거친다. 오 씨는 운좋게도 프랑스 인턴들에 비해 기간은 짧지만 여러모로 더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 그중의 하나가 정규직원과 동일하게 점심식사 쿠폰을 지급받았던 점이다. 본사 근무인원이 특허변리사 10여명, 상표변리사 3~4명, 스태프까지 포함해 40여명이 되는데, 알토란 같은 쿠폰을 사용하며 매일 다른 동료들과 점심약속을 잡았다.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오 씨는 기회가 닿으면 앞으로 유럽 지역으로 진출해 현지 로펌에서 근무하길 바란다. 비단 프랑스가 아니더라도 지적재산권을 다루는 전문 변호사로서의 경력을 쌓아갈 생각이다.

이태형 기자/ thlee@heraldm.com, 사진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m.com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지은

중남미 법조인 양성기금 지원…브라질 로펌서 2주과정

한국기업 관계자들에 법률적 애로 들으며 과감한 조언

‘브라질선 왜 소송기간 긴가?’등 프로젝트 진행 경험 소중

해외진출기업 전담법무팀 근무 꿈…인턴경험 블로그서 공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1기생인 임지은(26) 씨는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11일까지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Demarest&Almeida 로펌 인턴십을 다녀왔다. 내년 3월 변호사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3학년 2학기 실무과목을 미리 들으면서 학교에서 조성된 중남미지역전문법조인 양성을 위한 발전기금에서 지원을 받아 2주간 브라질에서 인턴의 기회를 갖게 됐다.

임 씨는 2주간의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지만, 브라질 로펌의 운영방식을 배워가기로 목표를 정했다. 그중에서 현재 브라질에 진출해 있는 기업, 앞으로 진출할 기업들이 겪게 되는 법적 문제들을 로펌과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가는지에 대해 배우기로 계획을 세웠다.

학부에서 스페인어과를 전공하고 스페인과 독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는 등 3개국어를 일상생활에서 불편함 없이 구사하는 임 씨는 “중남미에 대한 관심이 지역전문가 양성 특성화학교인 외대 로스쿨에 입학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 때 공부 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학원 1학년을 마치고도 법학 체계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수업을 제외하고 평일에도 6~7시간은 책상에 붙어있어야 했다. 아시아, 중남미,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법률가들이 교수진으로 포진된 대학원 수업은 대부분 영어로 진행돼 외국어 공부는 한시도 게을리할 수 없다. 일상 회화 능력은 기본이고 법률 용어도 익숙해져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었다. 그렇게 2학년을 법학이라는 학문체계를 세우는데 전력하며 인턴 준비도 병행했다.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한중남미녹색융합센터와 중남미법학회에서 개최하는 세미나를 줄기차게 찾아다니는가 하면, 중남미법, 국제중재법 등 관련수업을 들으며 법률용어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한서법률사전 편찬에도 참여하면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기본적으로 민법과 상법 등 한국법에 대해 충분히 공부해야 현지에서 업무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출발 전에는 다시 국내 법서를 파는 철저한 준비정신을 보였다.

임 씨가 근무한 Demarest로펌은 1948년에 설립돼 브라질 상파울루에 본사를 두고 파트너변호사만 88명이고 일반변호사는 190명이나 되는 브라질에서 규모가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로, 라틴아메리카에서도 한손에 꼽히는 로펌이다.

2주간의 인턴 과정이지만 현지에 진출한 삼성, LG, 현대, 산업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지 진출 기업들의 법률적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인턴 중에 만난 브라질 법학도들은 5년간의 학부 동안 인턴 과정이 필수다. 2차에 걸쳐 변호사 시험을 봐야 한다. 특이한 점은 브라질에서는 타 대학에서 다른 과목을 전공할 수 있어 법률가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경영학과나 경제학과 등 다른 대학에서 같은 학기에 동시에 중복으로 전공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가진 법률가를 뽑기 위한 제도가 완비된 셈이다.

국내 로펌에서도 인턴 경험이 있는 임 씨는 “사건에 대해 답변서를 작성하면 담당변호사가 이미 작성했던 답변서와 비교하는 등 교육의 성격이 강한 데 비해, 해외 인턴은 바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업무를 배당하고 있다”고 했다. 학년별 급여에 차등을 두고 실전경험을 쌓도록 돕는다.

민사소송팀과 세법팀에서는 따로 과제가 없이 전반적인 오리엔테이션 이후에는 자신이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브라질에서 소송기간이 왜 긴가?’, ‘현대차와 기아차를 동일 회사로 볼 것인가? 다른 회사로 볼 것인가?’ 등 일반변호사들이 대답할 수 없는 주제를 붙잡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임 씨는 인턴기간 중 브라질 피라시카바시에 지점을 열면서 현대기아차와 CJ를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임 씨는 “설립 후 5년간은 법적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작지만, 7년쯤 되면 기업 내 법무전담팀이 꾸려지지 않으면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고 브라질 진출 계획을 가진 기업에 조언했다. “브라질에서는 노동법과 세법이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노동 소송의 경우 기업이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세법은 워낙 개정이 빈번해 복잡해 전담 변호사 수요가 큰 편이죠.”

대형로펌에서 해외진출기업 전담법무팀에서 경력을 쌓고 싶다는 임씨는 직업으로서의 변호사와 사회에 소금이 되는 법률가의 길을 같이 걷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지역주민들의 소액소송 컨설팅을 해 주는 ‘리걸클리닉(legal clinic)’에 참여하면서 5건에 대해 승소율 100%를 기록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또한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외국인노동자 권리찾기를 위해 법률상담을 할 계획도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 법무팀에 대한 수요는 새로운 법률시장을 개척하는 것인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법률지식을 접목한 법률가들이 나와 사회 변화에 부응할 수 있기를 바랐다. 임 씨는 인턴 경험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며 로스쿨 재학생과 지망생과 공유하고 있다.

이태형 기자/ thlee@heraldm.com, 사진=안훈 기자/ rosedal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