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뉴욕 증시를 비롯한 전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지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긴급성명을 발표, 진화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신용도가 여전히 세계 최고라고 역설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언제나 ‘AAA등급’ 국가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 “여러 도전에 직면했지만 우리는 최고의 대학, 최고의 생산성을 갖춘 노동자, 최고의 혁신 기업, 최고의 도전정신을 가진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만약 AAAA등급이 있다면 미국에 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직접 인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세계 투자자들 대부분 이같은 의견에 동의한다. 시장은 여전히 미국의 신용도가 AAA라는 것을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국가 신용등급 강등의 주범으로 정치권을 지목했다. 최근 부채협상 과정에서 정파싸움만 벌인 미국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그는 “신용평가기관은 미국의 부채상환 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부채협상과정을 둘러싼 수개월간 정치적 논쟁을 지켜보면서 정치시스템의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지난 5일 ’정치적 리스크’를 강등 요인으로 지적한 것을 상기시키며 정치권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달말 부채협상 타결안에서 제외됐던 세제개혁 필요성도 다시 거론했다. 급여세 인하와 실업급여, 건설경기 진작 등을 위한 법안 처리도 의회에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문제는 계획이나 정책이 부족한게 아니라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라면서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상황의 급박함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경제의 근본적인 신뢰도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나타내면서도 고질적인 정쟁을 비판한 것. 즉 경기회복을 위한 장기적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변화가 급선무라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성명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시장이 여전히 미국 경제를 신뢰하고 있다는 그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성명 직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낙폭을 키우며 60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도 배럴당 6.4%나 급락했으며, 금 가격은 12월물이 온스당 3.7%나 올라 사상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한편 S&P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하나인 무디스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AAA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디스는 미국이 최근 마련한 재정적자 감축 계획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내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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