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악몽이후…지금 미국은

깃발도시 프로젝트 매년 실시

허리케인 아이린 상흔 불구

올해도 전국서 추모 열기

유가족들 아직도 상실감 빠져

10년 앞두고 테러경계 수위 강화

9ㆍ11 테러 발생 후 강산이 한 번 변했지만 미국민들은 여전히 그때를 기억하고 있다. 뉴욕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는 9ㆍ11 테러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2001년 미국 역사상 가장 끔찍한 테러가 벌어진 이후 이듬해 클리블랜드의 키와니스 클럽(미국ㆍ캐나다 사업가들의 봉사단체)은 이 지역의 애국심을 보여줄 방법을 모색했다. 그 결과 2003년부터 도시 전역에 성조기 를 세우는 ‘깃발도시(flag city)’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성조기는 매년 5월부터 11월까지 클리블랜드 전역에 나부꼈다. 클리블랜드대학 전기장비 작동 담당자인 바트 버튼은 “중부에 있는 미군과 9ㆍ11 테러 희생자 및 영웅들에 대한 존경을 보여주기 위해 떠올린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9ㆍ11 테러 발생 10주년인 올해 기념행사는 더욱 특별하다. 지난 4월 27일 이 일대에 몰아친 태풍으로 이 지역은 쑥대밭이 됐다. 지역주민들은 피해복구 작업에 전력을 기울여야 했다. 하지만 힘든 복구작업 속에서도 이들은 깃발 세우기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현재의 재난 때문에 과거의 재난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9ㆍ11 테러로 인해 세계무역센터는 무너졌지만 뉴욕시는 한 해 5000만명 이상 관광객을 소화하고 있다. 그라운드 제로 인근 호텔은 18개, 객실은 4000개 이상으로 2001년에 비해 배가량 늘었다. 네덜란드 출신 안스 반 드 파시(49)는 올여름 남편과 쌍둥이 자녀를 데리고 뉴욕을 방문했다. 그녀는 “자녀들이 그라운드 제로를 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데려왔다”고 말했다.

9ㆍ11 테러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가족들은 아직도 상실감과 싸우고 있다.

세계무역센터 모형물이 서 있는 리투아니아의 한 묘지. 블라드미르 가브리유신이 9ㆍ11 테러 당시 숨진 딸 일리나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 테러 직후 그는 뉴욕에 있던 딸에게 전화했지만 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그라운드 제로에서 가져온 돌들을 묘지석 아래에 묻었다. 10주년을 맞아 블라드미르는 그만의 그라운드 제로에서 하얀색 장미를 놓고 딸을 추모했다.

호주의 시몬 케네디는 “엄마는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영웅’이 아니다”며 “그저 잘못된 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펜타곤에 충돌해 폭발했던 아메리칸 항공 77편에 탑승했다가 숨졌다. 테러 발생 1년 후 케네디는 당시 사고로 숨진 희생자를 기리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다.

그는 기념식에서 애국심만 강조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호주로 돌아와, 정치적 이념을 떠나 모친을 잃은 사실에 대해 온전히 슬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리학자 리처드 브라이언트는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사건 장소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맨해튼에 돌아오거나 다시 살아야 하는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9·11 테러 10주년을 앞두고 추가 테러 우려로 미국 전역이 바짝 긴장하며 공중시설물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권도경ㆍ신수정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