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세대 남성들은 친구에 관한한 빈곤하기 짝이 없다. 사회생활의 터를 닦기 위해 상사가 시키는 대로 앞만보고 달려왔던 30대를 거쳐 40대엔 관리자로서 몸과 머리가 모두 바쁘고, 50대에는 무거운 책임감속에 업무의 결실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위치이다 보니 ‘친구는 사치’라는 오판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그래서 “이 시기의 우정은 대인관계에서 본질적이라기 보다는 이차적인 특성이 강하다”며 ‘우정 빈곤의 중년’을 안타까워했다. 에릭슨 등 세계적인 석학들도 생애 중 이 단계의 발달과업이 결혼과 직업에 집중돼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정 교수는 외국연구를 인용하면서 “중년기에는 수행해야 할 사회적 역할이 많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망이 클 경우 우정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활용할수 있는 시간 자원이 부족하다”면서 “특히 남자들은 친밀감을 느끼는 대상의 중요도가 친구 보다는 가족에 있다”고 진단했다. 주된 관계망은 업무과 관련된 것이 거의 전부이다.

여의도의 가을 남자.박현구기자phko@heraldm.com 2007.10.19\r\n여의도의 가을 남자.박현구기자phko@heraldm.com 2007.10.19
여의도의 가을 남자.박현구기자phko@heraldm.com 2007.10.19\r\n여의도의 가을 남자.박현구기자phko@heraldm.com 2007.10.19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김모(47)씨는 일과를 마친 저녁이 되면, 일주일에 절반은 집에 와서 TV를 보거나 일과중 미처 파악해두지 못한 해외금융상품 트렌드를 검색하고, 절반은 사내 회식이나 거래처 관계자들과 반주를 곁들인 미팅을 한다.

그는 최근 신선한 친구 경험을 했다. 대학시절까지 친하게 지내다 서로 소식이 끊긴 친구 7,8명이 모인다기에 이번에라도 안가면 잊혀질 것 같아 만났다가 속 시원하게 웃음꽃을 피웠고, 이것도 모자라 “얘들아 바다가 보고싶지 않니”라면서 무작정 정동진까지 갔다가 동틀 무렵 서울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바쁜 일상속에 문득 친구 수를 세어봤지만, 유학떠났다가 현지에 정착한 친구, 교통사고로 먼저 간 친구, 서울에 있지만 자신보다 더 바쁜 일상을 보내는 친구 외에는 찾기 어려웠는데, 그 하룻밤 신선한 경험을 하고나서 지금까지 살면서 맺은 ‘정을 둘 만한 친구’들을 하나 둘 연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보험영업직 관리자인 조모(50)씨의 사회생활 20여년도 김씨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최근들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신의 초,중,고교와 대학 홈페이지, 동창회 사이트, 자신과 연결지을수 있는 인터넷 카페 등을 분주히 찾아내고 전 직장 동기생 연락처를 탐문해 친구관계 복원에 나서고 있다.

조씨는 그러나 복원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고향친구들과 연락해 반가운 마음에 만나면, 지난 20여년간 살아온 영역과 방식이 달라지는 바람에 ‘애가 몇이냐’, ‘요즘 먹고살기 어떠냐’ 라는 식의 몇 마디만 하고 나면 할 말이 별로없어 서먹해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바쁘더라도 가끔 마음속에 그리면서 안부전화라도 하고, 전화가 오면 다정하게 받았어야 했는데, 일을 핑계로 너무 소홀했다”고 아쉬워했다.

여의도의 가을 남자.박현구기자phko@heraldm.com 2007.10.19\r\n여의도의 가을 남자.박현구기자phko@heraldm.com 2007.10.19
여의도의 가을 남자.박현구기자phko@heraldm.com 2007.10.19\r\n여의도의 가을 남자.박현구기자phko@heraldm.com 2007.10.19

건설감리업계에 종사하는 정모(48)씨는 비슷한 영역에서 새로이 알게된 사람 중에서 정서와 뜻이 통하는 지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친구관계를 확장해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업무가 끝나면 번개팅을 해서 건설얘기도 하고, 자녀 교육얘기도 한다”면서 “한달에 한두번 골프나 등산을 함께 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고 정서적 유대감을 키워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 동호인 그룹에도 가입해 한달에 한두번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있다.

정태연 교수는 최근 열린 한국생애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성인기 대인관계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면서 “친구관계를 유지하는데에는 공감대를 일깨우거나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봉사단체 등에서의 활동은 개인의 사회적 연결망을 확장할 수 있고 중년기 생성감을 발달시킬 기회를 제공해 행복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함영훈 기자 @hamcho3> /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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