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에 대해 ‘질서있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정례회의 등 계기에 그리스 위기가 유럽 다른 나라 등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데 박차를 가하자고 촉구했다. 그러나 각국은 재정적자 감축 및 제도 개혁과 관련된 목표에 계속 못미치고 있어 차라리 그리스의 디폴트가 낫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면 그리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은 그리스를 디폴트를 시킬 경우 자칫 유로존 전체의 붕괴를 우려하면서 다른 국가로 전염을 우려하는 등 그리스 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갈등이 여전한 상황이다.
▶그리스에 대한 인내력 한계=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그리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6주간의 시간이 있다”면서 프랑스에서 11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전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정상들은 그리스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의 클라스 크노트 총재는 자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디폴트는 더 이상 배제할 수 없는 옵션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독일 재무부의 한 당국자는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로존 다른 부국들은 현재 그리스의 ‘질서있는 디폴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IMF 유럽책임자인 안토니오 보르게스는 IMF-세계은행 정례회의 기자회견에서 “그리스가 그들이 해야할 것들을 한다면 디폴트는 없을 것이나 그들이 망설이고 시간을 끈다면 그것을 피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 상황에서 그리스에 대한 2차 지원 패키지에 민간 자본을 참여시키는방안과 유로존 위기에 대비, 구제금융 재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당사국인 그리스의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리스 국채에 대한 50% 상각과 함께 질서있는 디폴트를 하는 것도 그리스위기 해법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이달말 또는 내달 초 예정된 유로존·국제통화기금 등의 구제금융 6차분(80억유로)을 지급받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메르켈 독일총리, 그리스 퇴출시 도미노=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당내 회의에서 그리스 디폴트는 큰 도미노효과를 야기할 것이며, 피해 규모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선택지가 아니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는 29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안에 대한 연방의회 표결을 앞두고 그리스 구제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메르켈 총리는 24일 올덴부르크에서 열린 기독교민주당(CDU) 지역 모임을 방문,“그리스가 부채를 줄이지 못해 유로존에서 퇴출당하면 다른 국가로 도미니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며 “따라서 그리스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기 위한 모든 제안에 대해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을 고려해서 포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메르켈의 이 같은 발언은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재정난을 겪는 국가에 독일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당내부의 비판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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